여야 서로 비난하며 한표 호소/중부권서 맞붙은 정당연설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강원서 국민당 맹렬히 성토 민자/농정실정 들어 민자 맹공격 민주/터밭의식 춘천·홍천서 지역공약 국민
여야는 10일 각당 수뇌부들이 중부권을 집중 공략하는 유세활동을 벌였다.
○민자당
정당연설회 3일째인 10일 김영삼 대표와 김종필 최고위원이 강원도 강릉(위원장 최종완),삼척(김일동),태백(유승규),정산(박우병),영월(심명보),춘천(한승수),춘성(이민섭) 등지에서 열린 정당연설회와 단합대회에 각각 참석,지지를 호소하는등 강원도를 집중 공략.
이들 당 수뇌부들은 여권의 아성인 강원도를 국민당측이 「강원도당」을 자처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음을 의식한듯 대국민당 비난 수위를 한층 높이는등 강원지역에서의 「국민당바람」을 사전 차단키 위해 주력하는 모습.
박태준 최고위원은 이날부터 강진­완도(김식),장흥(이종환) 단합대회에 참석하는 것을 시발로 호남지역에 대한 지원유세전에 돌입.
민자당측은 그러나 8,9일 이틀간의 정당연설회에 대한 청중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초반 기선제압 전략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면서 각 지구당에 「대회장 열기관리에 특별히 신경쓰라」는 지침을 시달하는등 대책마련에 부심.
김대표는 강원지역 유세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아니면 후진국으로 좌절하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당면 경제현안을 타개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안정의석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민자당 지지를 호소.
김대표는 국민당이 경제문제를 앞세워 강원지역을 공략하고 있는 사실을 의식,『민자당에는 경제의 앞날을 설계하고 관리할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갖춘 양심적인 인재가 많이 있다』면서 『경제를 되살리고 정치·사회 안정을 이룩할수 있는 당은 민자당뿐』이라고 국민당을 견제.
김대표는 이날 근로자의 날을 의식,『우리 근로자들이 경제발전에 절대적으로 기여했으나 경제발전의 성과배분에서 소외되었던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이의 시정을 위해 노력하겠으며 근로자들이 땀흘린만큼 정당한 몫이 돌아가고 기능인이 우대받는 사회풍토 조성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약속.
전남지역 유세에 나선 박태준 최고위원은 『여러분이 뽑아보낸 대표들이 4년동안 한 일이 무엇이냐』고 민주당 의원들을 비판하고 『특정인을 추종한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자질도 능력도 없는 사람을 국회로 보내는 어리석음을 또다시 범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민자당 후보 「인물론」을 앞세워 지지를 당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민자당 강릉지구당 정당연설회에는 행사장소인 강릉공설운동장에 청중이 워낙 적어 김영삼 대표의 지원유세를 예정시간보다 늦추는등 주최측이 당황하는 모습.
4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에는 1천여명도 채 안되는 청중만이 모여 썰렁한 분위기.
김대표의 연설이 늦춰지는 바람에 첫 연사로 나온 중앙당 정치연수원의 권춘화 교수는 혼자서 한시간동안 연설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
권교수는 이 지역이 민자당 공천에서 탈락한 최돈웅·심기섭씨 등 2명이 무소속으로 출마,최종완 후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듯 『무소속 후보에겐 한표도 찍어주지 말자』고 호소.
이 연사는 『조상이 일제때 친일파로 지독하게 굴었던 사람』등 무소속 출마자를 맹비난하며 청중들의 열기를 북돋우려 애썼으나 운동장 한쪽에선 청년들이 공놀이를 하는등 산만한 분위기.
○민주당
○…민주당의 김대중 공동대표는 9일에 이어 정당연설회 사흘째인 10일 충남 금산·연기와 충북 보은­옥천­영동지구당 정당연설회와 충북 청주갑 당원단합대회에 참석,강력한 견제세력 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민자당의 농정실정을 집중 공략.
김대표는 『이번 선거는 민자당의 안정논리와 민주당의 견제논리의 대결』이라고 전제,『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도 강력한 견제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민자당의 「안정」 논리의 허구성을 부각.
김대표는 『6공초 3당야합 이전에는 물가도 안정되고 수출도 잘됐다』면서 『거대여당이 야당과 기업인·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고 무시해왔기 때문에 물가도 폭등하고 정치도 불안하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민자당과 TV토론을 제의.
김대표는 이어 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정부의 민주적이고 강력한 관리능력 ▲물가안정 ▲경쟁력강화 등이 필요하다면서 『충절의 고향 충청도에서 여야균형을 이룰수 있도록 통합야당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
김대표는 또 민자당 김종필 최고위원의 「중부권 역할론」에 대해 『이는 TK통치를 강화시켜 주자는 논리』라고 비난하면서 『진천­음성보궐선거에서 보여주었듯 충청도민이 선거혁명·농민혁명을 통해 민자당을 심판해야 한다』며 「신중부권역할론」으로 역공.
김대표는 또 『균형된 견제세력이 없으면 경제는 파국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민자당은 3당합당이후 비대해진 힘을 악용,살농정책을 계속해 왔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정당연설회가 시작된 이후에도 선거분위기가 떠오르지 않자 오는 14일 대전,15일 인천의 대도시 권역별 집회에 중간승부를 걸기로 하고 당력을 집중시켜 대도시에서의 통합야당 「바람몰이」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편 9일 충남지역 정당연설회는 서산­태안과 당진지구당에서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인원동원과 준비미비로 여성당원 단합대회와 당원단합대회로 바꾸어 진행.
민주당은 당초 정당연설회를 통해 가라앉은 선거분위기를 고양시킨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날 연설회등에서 청중들이 5백명내지 2천명 수준에 머무르자 대도시 바람몰이에 전력키로 전략을 수정.
○국민당
○…국민당 정주영 대표최고위원은 9일 춘천과 홍천지구당대회에서 『고향에 와서 여러분을 만나 반갑다. 나는 강원도 통천출신』이라고 지역적 연고를 강조하며 『먹을게 없어 도시로 나갔을 뿐이지 누구보다 농촌의 어려움을 잘 알고있다』고 농민이 많은 홍천을 겨냥,본격적인 국민당 바람몰이.
이날 대회가 열린 춘천중심지 육림극장에는 9백석 규모의 극장안을 가득 채우고 극장바깥에도 2백여명의 청중이 모여들어 피킷과 『정주영』 연호로 세를 과시.
정대표는 이날 앞서 열린 원주등 3개 지구당대회에서 지역마다 병원과 기술전문대·자동차부품공장의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데 이어 춘천에서도 『과학기술전문대와 공해없는 전자·기계공장을 짓겠다』고 지역마다 1건 이상의 공약을 내세우면서 지지를 호소.
○…정대표는 당초 헬기를 타고 지구당 대회를 순회할 계획이었으나 춘천시내 중심지에 헬기가 내리고 뜰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는데다 「서민」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 승용차로 이동.
정대표는 소개를 받고 연단으로 나올때마다 머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하고 연호에 답해 주먹을 불끈 쥐거나 손을 맞잡고 흔드는등 짧은 시간내 변화한 「정치인 정주영」을 유감없이 발휘.
정대표는 연설 중간중간에 『우리 강원사람은 경상도 군인정부처럼 배신하지는 않는다』 『강원사람인 최각규 부총리를 전국구에서 탈락시킨 배신자 민자당을 우리땅에서 완전 물갈이하자』며 지역감정을 여러군데에서 자극.
○…9일 정대표는 영월­평창지구당(위원장 신민선) 단합대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신위원장으로부터 선거전략등을 보고 받고 이지역 선거전략을 점검하는등 거점지역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
정대표는 또 당사에서부터 영월군 읍민관 행사장까지 2백여m를 농악대를 앞세우고 도보로 행진하면서 국민당 바람을 불러일으키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관위
○…9일까지 대부분의 출마예상자들이 등록을 마쳐 각가지 주요기록이 등장.
최연소후보는 만25세이상 출마기준을 가까스로 넘어선 전남 고흥의 신귀자씨(25·국민당).
신씨는 『월간 여비서』 잡지를 발행하면서 한국여비서연맹회장을 맡고있고 방송통신대에 재학중인데 『작은 고추가 맵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야무진 포부를 보였다.
최고령자는 인천북을에 국민당으로 출마한 74세의 김숙현(구민정당) 전의원.
밀양·서울 동대문갑·대전서­유성 등 3곳은 8대 1의 전국 최고경쟁률을 보였고 「길일」을 택하느라 민자당 백찬기 의원이 9일에서야 등록한 마산­합포와 장영철 전노동장관이 버티고 있는 성주­칠곡은 현의원 1인씩만이 등록해 1대1.
또 김포­강화에 출진한 국민당 김두섭씨는 60년 5대이래 9대를 빼고는 모두 출마해 이번에 8전9기를 기대.
87년 대우조선 노사분규를 주도했던 양동생 전노조위원장도 장승포­거제에 무소속으로 등록.
○…한편 대구시 남구선관위는 9일 민자당후보 이정무 의원의 부인인 구순모씨(46)를 호별방문혐의로 경고.
선관위에 따르면 구씨는 지난 5일 오전 10시쯤 대구시 대명4동 동흥아파트 15가구를 방문,이의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등 불법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또 대구시 서갑 선관위는 무소속 정호용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인사장을 대량으로 배포하고 있는 것을 적발,조사에 착수.
선관위에 따르면 정후보는 90년 대구시 서갑보궐선거 사퇴배경등을 설명한 「정호용 인사드립니다」라는 인사장을 우편물·가두배포방식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기동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