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반기문 유엔 총장 기자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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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은 10일 유엔 산하기구 간 협력을 강화해 '하나의 유엔'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개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취임 100일째인 이날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0일이 무척 바쁘고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그는 향후 계획과 관련, 지구 온난화 방지를 핵심 의제로 삼겠다며 고위급 회담 개최 방안도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제분쟁 해결 노력은.

"하루 5~6번씩 각국 정상과 통화할 만큼 노력했다. 실제로 지난주 수요일에는 이라크와 이란 대통령, 사우디 국왕, 레바논 총리, 그리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등과 전화했다. 앞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도 통화할 예정이다. 잘 알려지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아프리카 유혈분쟁 지역인 수단 다르푸르에 유엔 평화군을 배치하는 문제는 잘 진행되고 있는가.

"9일 유엔 특사와 아프리카연합(AU), 수단 정부 측이 만나 많은 진척이 있었다. 한 가지만 빼놓고 합의가 된 셈이다. 시간을 못박기는 어렵지만 유엔과 AU 합동군이 신속히 배치되도록 노력하겠다."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나설 생각은 없는가.

"당선자 시절부터 북핵 문제에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혀 왔으나 현재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사무총장으로 별도의 방안을 강구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그러나 현재 라이스 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등으로부터 계속 얘기를 듣는 등 적극적으로 측면 지원하려 한다."

-대북 사업에 자금 전용 의혹이 불거져 중단된 유엔개발계획 (UNDP)에 대한 감사 결과는.

"이 일은 취임 전 불거진 일이나 사무총장으로서 입장이 난처해진 점도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원칙에 따라 감사를 하고 있으나 북한 측에서 협조를 거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 차원의 기후변화 대책은.

"올해 안에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회담을 여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그러나 미국.중국.인도 등 주요 국가들이 참여할지 확실치 않다."

-새로운 유엔 개혁 방안은.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유엔 기관들이 비슷한 사업을 중복해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들 기관을 서로 협력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베트남 등지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다."

한편 영국 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기후 변화 방지를 위해 반 총장이 유엔 총회 때 각료 수준의 고위급 회담을 열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또 미국의 대표적 우파 인사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반 총장의 노력은 A+ 이나 내용 면에서는 미완성"이라고 평가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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