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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갑/보­혁간 세대간대결 치열(총선 열전현장:2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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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안정 앞세워 「정치안정론」강조 김동규/즉석 「주민청문회」로 야성표지키기 이부영/정진길 11대때부터 지켜온 조직관리 주력/황동현 「여성문화원」운영 여성표 공략 역점/유권자 65% 30∼40대 집중공략
후보들은 새벽을 달린다. 서울의 동쪽끝 강동갑 선거구에서 나오는 4명의 후보들은 아침시간 관리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덕동뒷산 약수터와 10여군데 배드민턴연습장을 누비는 것은 필수코스다.
1일 오전 7시30분 약수터를 첫 공략대상으로 삼은 김동규 의원(민자)은 마주친 주민들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짧게 인사를 나누고 약수터옆 가건물에 들어가니 김의원의 선전팸플릿에 사진이 나왔다는 노인산악회장(76세)이 반갑게 맞아준다.
『약수뜨러 오는 사람은 걱정말라』『당원대회를 언제하느냐』는 얘기에 『부탁드린다』고 한뒤 뒤쪽 배드민턴장으로 향한다.
비슷한 시간대의 전날 고덕동 500번 시내버스종점. 지하철 성내역까지 가는 20,30대 회사원들이 30여m 늘어선 뒤쪽부터 민주당의 이부영 최고위원은 『제가 이부영입니다』라며 악수공세를 통해 얼굴알리기에 분주하다.
시내쪽과 더 가까운 명일동 삼익파크아파트앞 통근버스정류장에서 정진길 전의원(국민)도 부지런히 「안면다지기」를 하고 있다.
『4년 세월이 빨라요. 심판대에 다시 섰습니다.』한명이라도 놓칠새라 바쁘게 첫인사를 반복한다.
같은 지역 오전 4시30분. 강동에서 알아주는 명성교회의 새벽기도회에 나선 황동현 후보(무소속)는 이 교회 성가대부대장겸 집사다.
예배를 끝낸뒤 전민전위원장 출신인 황후보에게 10여명의 교인들이 다가와 『무소속이라 힘들지 않느냐』는 격려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악수.
이곳은 회사의 과장·대리급이 살만한 아파트(명일·고덕·길동)가 밀집된 탓인지 30대유권자점유율(40대초반까지 합해 65%육박)이 전국에서 가장높고 온건비판성향이 주류를 이루어온 개성이 강한 지역.
지난 대통령선거때 김영삼 후보가 1등했으며 야당후보가 재미본 곳이다.
4명의 후보는 노(김동규·정진길),장(이부영),청(황동현)의 연령에다가 정치권(김·정씨는 현·전직의원,황씨는 정당인),재야권(이씨)출신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김·정씨가 기성정치권에 오래 몸담아온데 반해 이씨는 동아투위에서 시작해 80년대 재야권의 중추적인물로 활약해오다 지난해 정치권에 진입한 신진인사다.
보수와 개혁의 대결에 세대간의 대결도 겹친 지역구.
30,40대 직장인들이 많은 탓인지 낮에는 그야말로 여성표를 잡는데 후보들은 머리를 짜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고덕 종합상가안 소아과병원에 들른 이부영 후보는 젊은 엄마들에게 『아이가 어디 아프냐』며 연신 인사를 했다. TV와 잡지를 통해 스쳐간 유권자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이다.
미용실과 주말 젊은 부부들의 외식현장도 달려간다.
29일 오후 3∼5시 저녁장보러 나온 주부들을 향해 나선 정후보는 길동시장에 도착,당원이 경영하는 C미용실에 모인 10여명의 주부들을 「분위기잡는 행동대원」으로 앞세워 공략을 시작한다.
비슷한 시간,황후보는 자신이 세운 강동여성문화원에서 열리는 강동어린이 합창단·리코더합주단연습현장에 들러 어린이를 데리고온 30대학부형들과 자연스럽게 음악실력향상문제부터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다졌다.
일요일(1일)오후 시간을 비워둔 김의원은 아파트에 앉아 12대(전국최다득표),13대때 자신을 밀어준 민주산악회 회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며 전화공세를 벌였다.
출마자중 재야에서 기성정치권에 진입한 이후보를 빼놓고 다시 격돌하는 김의원(13대 통일민주당),정전의원(13대 평민),황후보(13대 민정)모두 당적이 바뀐 탓인지 조직의 이합집산 소리가 다른 어느곳보다 시끄럽다.
여당으로 변신이 엉거주춤해 조직이 활기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던 김의원은 『선거가 공고되면 다탄두미사일처럼 공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금은 동시다발로 열릴 사랑방좌담회의 정지작업기간』이라고 다른 후보보다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주변의 얘기를 일축했다.
충청향우회에 들른 김의원은 자신이 상공부차관보·야당정책의장시절 얘기를 하면서 경제의 안정성장을 위해 정치안정론을 펴고 있었다.
이곳의 신인인 이부영 후보는 저녁에는 동창·친지가 주민 20여명을 엮은 아파트 차모임에 참석,「인물 품평회」에 나간다.
『야당도 고칠게 많다』『당선된 뒤 재야로 다시 갈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야권통합을 해낸 것처럼 개혁정치를 하겠다』『이젠 참여정치시대』라며 포부를 밝혔는데 즉석 「주민청문회」를 방불케 한다.
정전의원은 이곳에서 당선됐던 11대 의원시절부터 관리해온 조직,특히 호남출신표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국민당이 일하는 정당임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파트의 여성표공략에 모델이 되고 있는 여성문화원을 단단하게 꾸려온 황후보는 오후마다 자원봉사자 1백명이 돌리는 지역문화향상에 관한 설문지(목표 2만장)배포작업의 상황과 주민반응을 점검하고 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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