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매각에 관심 집중] 외국계 6곳서 '물밑 입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미국계 투자회사인 템플턴자산운용이 최근 LG카드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여 단일주주로는 최대주주가 되면서 LG카드의 인수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카드가 지난달 24일 경영 정상화를 위해 경영권 양도를 포함한 자본 유치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뒤 불과 2주일 만에 인수 후보로 10개 업체가 거론될 정도로 각종 인수설이 난무하고 있다.

LG카드의 현재 경영상태는 좋지 않지만, 이 회사를 인수할 경우 6백80만명으로 추산되는 우량고객을 확보하면서 단숨에 업계 1위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LG카드는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를 통해 이번 주 중 인수의향을 타진해 온 국내외 업체에 기업설명자료(IM)를 보낼 예정이다. 또 채권단의 LG카드 실사가 20일에 끝날 예정이어서 이후 매각작업이 급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거론되는 인수 후보=현재 국내자본으로는 하나은행.우리금융.신한금융.산업은행 등 4개사가, 외국계로는 제일은행 최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을 비롯해 HSBC.GE캐피털.시티은행.테마섹.템플턴 등 6개 업체가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중 국내업체들은 인수설을 공식 부인하고 있다. 반면 외국계 자본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활발하게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뉴브리지캐피털은 금융감독당국을 방문해 LG카드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김승유 행장이 국내 금융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LG카드를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바람에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하나은행은 현재로선 LG카드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검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금융.신한금융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며 산업은행은 LG카드의 매각이 불발될 경우 인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단기간에 1천억원 이상을 들여 LG카드의 1대주주에 오른 템플턴에 대해선 시세차익을 노린 단순투자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둔다면 실사도 하지 않은 채 지분부터 살 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신용카드업을 했다가 철수한 시티은행은 소매금융 확대를 위해 LG카드를 노리고 있으며, 뉴브리지캐피털은 제일은행과 LG카드를 묶어 매각할 경우 보다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매각 빨라질 수도=금융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는 "LG카드의 경영난이 시장 위험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매각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며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 여력 있는 국내 금융사가 경영권을 인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업체는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LG카드의 정상화를 위해 5조원가량이 추가로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만한 국내 금융사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3조원은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LG카드를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국내 금융사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수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