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4일 내 북핵 폐쇄·봉인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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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대 찾은 리처드슨 북한 방문 이틀째인 빌 리처드슨(中) 미국 뉴멕시코주지사 일행이 9일 만경대 김일성 생가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TV가 이날 보도했다.[조선중앙TV 촬영=연합뉴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9일 마카오 금융기관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2500만 달러의 북한 자금 이관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2.13 베이징 합의에 따른 영변 핵시설 폐쇄와 봉인 등 북한의 '초기 단계 조치'가 기한 안에 이행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한국.중국을 차례로 방문하기 위해 이날 일본 나리타(成田) 공항에 도착한 힐 차관보는 기자들과 만나 "60일 이내에 2.13 합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목표지만 시한을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내로 진전을 이뤄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과 사찰단 방북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진전을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지만 몹시 어려운 일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날 방북 중인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주 지사에게 "기한인 14일까지 (초기 단계 조치) 이행은 상당히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AP통신이 평양발로 보도했다.

김 부상은 "이행 시한까지 영변 핵시설의 5㎿e 원자로 폐쇄를 시작할 수는 있겠지만 폐쇄 작업을 단기간에 끝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카오에 동결된 2500만 달러를 돌려받으면 즉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단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2.13 합의에 따르면 북한은 4월 14일까지 영변 핵시설을 폐쇄.봉인하고 IAEA 사찰단을 복귀시켜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BDA에 동결된 2500만 달러를 아직 송금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합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나흘 일정으로 전날 평양에 도착한 리처드슨 지사는 김 부상에게 2.13 합의에 따라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북측에 핵문제 협의를 위해 14일 전에 6자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내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주자 가운데 한 명이다.

리처드슨 일행은 11일까지 평양에 머물면서 북측과 한국전 당시 미군 유해 송환 문제도 협의할 예정이다. 미국 대표단에는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인 빅터 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포함돼 있다.

리처드슨을 동행한 AP통신 기자는 미국 대표단이 북측 관리들을 만나는 동안 인근의 김일성 광장에서는 한복을 차려입은 수백 명의 여성과 어린이가 고 김일성 주석의 95회 생일(4월 15일) 축하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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