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빙상 44년 한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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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알베르빌=김인곤 특파원】오는 25일 열아홉살이 되는 김윤만(김윤만·고려대1)이 한국빙상반세기의 한을 풀었다.
겨울올림픽 은메달-.
19일 새벽(한국시간)이곳 알베르빌 옥외링크에서 벌어진 제16회 겨울올림픽 11일째 남자스피드스케이팅 1천m에서 1분14초86으로 쾌주, 겨울철올림픽 한국출전 44년만에 첫 은메달을 따냈다.
이날 김은 자신의 최고기록(1분15초81)을 0초95초 앞당겼으며 금메달을 차지한 독일의 올라프 진케(1분14초85)에 불과 0초01뒤져 아깝게 2위에 머물렀다.
이날 링크에는 태극기의 물결도 응원의 함성도 없었다.
겨울올림픽 사상 첫 메달은 전혀 엉뚱한 종목에서 엉뚱한 선수에 의해 터져 나왔다.
한국선수단과 보도진마저 전략종목인 쇼트트랙에 관심이 집중된 나머지 링크에는 본부임원과 빙상인등 소수의 응원단이 자리했을 뿐이다.
김윤만은 별다른 응원도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스타트라인에 섰다.
당겨진 활시위처럼 잔뜩 웅크린 김의 전신에 터질 것 같은 긴장이 감돌았다.
『땅!』하는 출발신호와 함께 김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전력 질주, 첫번째 코너까지 같은 조의 반 게라르트(네덜란드)와 나란히 달렸으나 두번째 코너에서 간발의 차로 리드를 잡기 시작했다.
1백m래프타임 17초03.
그의 매끄럽고 파워 넘친 코너웍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5백m를 44초80으로 끊은 김은 트랙을 두바퀴 돌고 나자 바짝 뒤따라오는 게라르트를 힐끗 돌아보며 마지막 스퍼트에 들어갔다.
김의 이날 승리는 상위권 선수인 게라르트와 열띤 접전을 벌인 것이 크게 도움이 됐으며 스타트, 코너웍, 막판 스퍼트가 3박자를 이룬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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