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만 확대된 국과수 수사(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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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뇌물은 받았으나 허위감정은 하지 않았다」는 검찰의 수사결론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단 한번이었다면 혹 모른다. 물욕 때문에 받긴 받았어도 감정은 올바로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뇌물은 「유리한 감정을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여러차례에 걸쳐 건네졌다. 「실익」이 없었는데도 그러한 일이 계속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검찰은 국과수의 김실장이 명확한 결론을 내렸던 것을 대검에서 재감정 한 결과 「감정불능」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로 미루어 볼 때도 설사 명백한 허위감정은 없었다하더라도 판단이 엇갈릴 수 있는 아리송한 경우에는 부탁한 쪽에 유리하게 판정하는 교묘한 불공정판정을 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 결론에는 이에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결론은 「짜인 구도 속에 짜 맞춰진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추측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검찰로서는 허위감정이 밝혀질 경우의 파장을 우려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검찰의 위신이 걸린 강기훈 사건을 스스로 뒤집게 되는 것을 걱정했을 것이고 그밖에도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한 과거의 각종 재판,현재 계류중인 사건,또 앞으로 있을 사건,사건에의 영향 등도 고려했음직 하다.
이런 짐작이 맞다면 검찰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할 수 있다. 진실은 일시적으로는 감출 수 있을지 모르나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 검찰로서는 국과수의 공신력이 무너져버리는 것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을지 모르나 「허위감정은 없었다」는 결론을 냈다 해서 국민의 강한 의혹이 남아있는 마당에 국과수의 공신력이 되살아날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국과수 뿐 아니라 검찰의 공신력마저도 함께 상처를 입은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검찰은 이것으로 손을 털어버려선 안된다. 앞으로 이번 구속된 7명에 관한 재판이 진행될 것이니만큼 국민의 의혹을 말끔히 씻어주기위한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 김실장 이외의 국과수 직원들에 대한 의혹도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다.
검찰도 검찰이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부로서도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과수가 새로운 체제를 갖춰 공신력을 회복하기전까지는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판단의 자료로 삼는것에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불명확한 것은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판결의원칙에 비추어서도 당분간은 국과수 감정결과에 의존한 판단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의 수사결과가 제기해주고 있는 것은 「증인의 보호」문제다. 이번 사건의 구속자중에는 제보자도 들어 있다. 제보자도 뇌물을 준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구속의 사유는 물론 되겠지만 이래서야 앞으로 어떻게 숨은 불법과 부정의 폭로가 가능할 것인가. 제보나 폭로가 가져오는 사회적 이익이 그 제보자나 폭로자를 벌줌으로써 얻은 이익보다 클 때는 제보나 폭로의 대가로 그 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미국의 마피아수사등에서 보는것처럼 선진국들은 그러한 증인보호에 관한 법과 제도를 채택해 감추어진 사회악을 파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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