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불안정'… 부동산 시장 살얼음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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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1~3월) 들어 부동산 시장 안정세를 나타내는 통계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서울 강남 주택 거래량 급감''지속되는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세''서울 재건축 급매물 증가'… . 정부는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고, 신도시 등 주택물량이 순차적으로 공급되면 하향 안정세가 훨씬 뚜렷해질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 신호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 송도의 '더 프라우' 오피스텔이다. 일단 틈새가 보이고'돈이 된다'는 입소문만 타면 엄청난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지역의 주택 공급물량도 뚝 떨어지고 있다. 희소성에 따라 언제 폭발할지 모를 '휴화산'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불안한 시장심리 탓에 목 좋고 저렴한 분양 아파트가 나오면 어김없이 청약 광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허술하거나 세금 부담이 덜한 소형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 가격은 내리막, 거래는 실종=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거래 공백 상태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대책과 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남.서초.송파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이들 3개 지역의 주택거래신고 건수는 고작 272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491건)의 11%에 불과한 정도다. 한창 거래가 활발했던 지난해 10월(3700여 건)과 비교하면 7%밖에 안될 만큼 거래가 실종됐다. 서울 대치동의 명지공인 송명덕 사장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등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매수 대기자들이 많아지면서 거래 공백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석 달째 거래 위축으로 아파트 매도 호가는 슬금슬금 내리는 추세다. 강남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11주 연속 하락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 하락세가 뚜렷하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 주공5단지 매도 희망가는 평형별로 열흘 전에 비해 1000만~2000만원씩 내렸다.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올해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6월 1일)이 다가오면서 주변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력이 자취를 감췄다"며 "당분간 집값이 좀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 잠복된 휴화산=일부 지역의 분양시장은 과열을 우려할 정도다. 대우건설이 지난달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서 분양한 아파트 409가구는 1순위에서 모두 소화됐으며 일부 평형은 24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목동에 인접한 데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부터 청약에 들어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신이문 어울림과 서대문구 홍제동의 인왕산 한신휴플러스의 30평형대도 마찬가지다. 모든 분양 물량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해밀컨설팅의 황용천 사장은 "눈앞에 시세차익이 보이면 언제든지 '더 프라우 신드롬(증후군)'이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400조원에 이르는 시중 부동자금이 여전히 부동산 시장 주변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부동산으로 한번 재미를 본 자금은 좀체 주식이나 채권시장으로 건너가지 않는다"며 "상당 기간 눈치를 보며 매수 대기자금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올해 빠듯한 아파트 공급 물량도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1~3월에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모두 2864가구. 그러나 일반 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 조합주택이 1019가구를 차지해 이를 제외한 순수 분양 물량은 1845가구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보유세 강화와 분양가 상한제로 시장을 내리누르는 정부의 압력과, 시중의 과잉유동성.공급 물량 부족을 겨냥한 매수세력 사이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부동산 세제가 흔들리거나 신도시 공급 물량이 서울 강남의 대체 수요를 흡수하지 못할 경우 잠복된 부동산 광풍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시중 부동자금의 움직임도 관심이다. D자산운용 관계자는 "은행.증권사 고객으로부터 돈은 얼마든지 모아줄 수 있으니 좋은 물건만 물색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 주변의 대기자금이 많다는 것이다. D자산운용 측은 "시중 유동자금이 흡수되지 않고서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 안정세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살얼음판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김준현.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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