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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객 홍콩서 “싹쓸이쇼핑”/“여비빼고도 이익”구정세일때 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뭉칫돈으로 보석등 고가품에 물쓰듯/주부들 계만들어 혼수품 집단구입도
거액을 소지한 한국인단체쇼핑관광단이 최근 급증,홍콩과 마카오에 때아닌 한국붐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지난 구정직전 실시된 홍콩 상가의 대규모 세일기간에 한국인 쇼핑관광객이 대거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이는 홍콩에서 외제물건을 싸게 살 경우 왕복비행기표값 및 호텔숙박비를 제하고도 이익이 된다는 한국부유층의 쇼핑관광계산 때문이다.
한국인관광객들중 상당수는 거액의 외화를 소지,보석·고급시계등 고가품을 사들이는가 한면 도박장에서 재산을 탕진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관광객들이 홍콩에서 보이는 행태는 두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대만·일본·미국·동남아·유럽 등지의 관광객들은 수적으로는 한국관광객보다 훨씬 많으면서도 주로 노령층이 연중시기에 관계없이 꾸준히 방문하는데 반해 한국관광객은 가족이나 지역,직장연고를 가진 단체관광객이 방학과 연말연시의 연휴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홍콩체재기간에 비해 1인당 소비액수에서 한국관광객들의 씀씀이가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홍콩관광협회는 지난해 주홍콩 한국특파원들을 초대하여 한국인관광객들이 홍콩에서 하루를 더 묵어 가도록 종용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말 방학과 함께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평소 1실1박에 5백50홍콩달러(약 5만4천원)를 받던 홍콩의 빅토리아호텔의 경우 한국인 투숙객에게 7백홍콩달러로 올려받고도 객실이 모자랐다.
이와 함께 평소 탑승객이 정원을 다채우지 못해 온 홍콩∼서울간 여객기들은 매일 5∼7차례의 운행에도 만원사례를 이루었다.
지난 1월 20여명의 단체관광객들이 관광회사의 안내로 대부분이 시가 3백만원안팎인 롤렉스시계를 산데다 그중 한사람은 시가 5백만원이 넘는 금딱지 롤렉스시계 7개를 한자리에서 구입,주위의 놀라움을 샀다.
한국교민이 운영하는 관광회사의 한 관광안내원은 단골보석상으로 안내했던 관광객이 2천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를 구입했다. 관광안내원은 자기몫인 30%의 커미션으로 6백만원을 챙겨 신년 첫 횡재를 올리기도 했다.
한국으로부터 단체관광객을 유치한 홍콩의 관광회사들은 이때문에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에 대한 쇼핑홍보에 혈안이 되고 있다.
『한 사람이 2천만∼3천만원대의 뭉칫돈 외화를 소지한 사례가 심심찮게 있다. 반드시 현금을 가지고 나오지 않더라도 수단껏 구애받지 않고 쇼핑을 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귀국하여 적발됐다는 소식을 아직까지 들은 적은 없다』홍콩의 한 관계자는 단체관광객들에 의한 과도한 소비행태를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주부들까지 「홍콩계」를 만들어 보석류·고급시계·유명메이커의류·구두·가방 등으로 구성되는 「홍콩혼수감」을 장만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콩관광에 연계되어 있어 지난 한해 8만명의 한국관광객이 찾은 마카오의 도박 본산인 리스보아호텔 카지노에 최근 한국인전용 도박실이 설치되는등 날로 한국인고객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도박본산인 라스베이가스에서 한국인고객을 담당했던 재미여자교포가 지난 연말부터 개장한 이 한국인 전용도박장이 생겼다. 또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40여명의 젊은 여성들이 와 카바레·안마시술소 등에 취업하면서 마카오 유흥가에 때아닌 「한국붐」을 일으키고 있다.<홍콩=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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