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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별 왕자의 경제이야기] (34) 행복의 비결을 알려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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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행복도 연구하지

이강은 경제학은 행복해지는 비법도 가르쳐주는 학문이라고 했다. 카지노에서 5만원을 잃고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법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지노에 들어서면서 대박의 기대감을 5만원을 주고 산 것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따라서 5만원을 버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제적 판단에 따라 5만원을 지출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면서 이강은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느냐'고 소왕에게 물었다.

"글쎄… 원하는 걸 이루었을 때라고나 할까."

"바로 그거야. 누구나 욕심이나 욕망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욕구가 충족된 순간일 거야.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을 때나 전망 좋은 집을 싸게 산 경우나, 어렵사리 박사 학위를 땄거나 이쁜 여자를 사귀게 된 경우와 같이 열거하기도 힘들지. 행복하다는 말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는 말이기도 하지. 동시에 다른 욕구가 생겨나기 전 상황을 말해. 다른 욕구가 불거지면 기존의 행복감은 줄어들거나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야."

그러면서 이강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셋집을 떠돌던 어떤 부부에게 소망이 하나 있었다. 작은 아파트를 갖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 마침내 바라던 25평짜리 아파트를 샀다. 그 순간 그들은 큰 감동과 행복을 느꼈다. 욕구가 충족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곧 다른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친구들 중 자기 집이 가장 작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는 30평대 중반의 아파트를 소유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때부터 행복하던 마음은 봄날에 눈 녹듯 사라지고 그 자리엔 돈 벌 욕심으로 채워졌다. 돈, 돈 하다 보니 다른 재미있는 일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경우처럼 행복은 욕망의 크기에 반비례하지. 욕망이 커지면 행복은 쪼그라들어. 반대로 욕구를 줄이면 행복은 불어나는 거야. 스리랑카 사람들의 1인당 소득은 고작 몇백 달러 수준으로 최빈국에 속하지. 그런데 이 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세계 최상위권이래. 종교(불교)에 영향받아 욕심을 작게 유지하는 것이 그 비결이지. 세속적인 욕망을 줄이면 정신적으로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지. 30평대 아파트로 욕구를 키우는 순간 25평 아파트를 장만했을 때의 행복은 사라지기 시작하는 거야."

"결국 각자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달렸다는 얘기군."

"맞아. 마음 먹기에 따라 지금이 낙원이 될 수도 있고, 지옥도 될 수 있지. 우리 마음속에 낙원과 지옥이 같이 있는데 둘 중 무얼 꺼내느냐는 문제지.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말하지. 그런데 실제로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마치 불행이 목적인 것 같아.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 자신의 가슴 속에 있는데 멀리 있는 불행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으니 말이야."

"이 기자의 말을 듣고 보니 우리 마을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 예전엔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줄어들고 있어. 결국 욕심과 욕망에 지배받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경제학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면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사람은 경제적인 동물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경제학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거야?"

"경제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행복을 추구하지. 문제는 그 과정에 자신의 생각이나 소신이 흔들리면 행복이 아니라 불행을 추구하게 된다는 얘기야."

경제학적인 행복

소왕은 경제학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건 어떤 거냐고 물었다.

"경제학이란 가치에 관한 학문이야. 그래서 더 큰 가치를 추구하고 그것을 획득하면 행복하다고 말하곤 하지. 자신이 보기엔 2만 원의 가치를 지닌 물건을 1만 원에 사면 좋아들 하지. 같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월급을 받으면 역시 행복해 하지. 500원으로 똑같은 복권을 샀는데 100만 원짜리에 당첨된 사람은 아무것도 당첨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연히 기뻐하지. 100만 원이라는 가치가 그 사람에게 굴러왔기 때문이야. 같은 돈을 내거나 같은 노동을 투입하고 더 비싸거나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지. 결국,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더 많은 가치를 향해 뛰게 되는 거야."

"더 많은 가치를 확보하면 더 행복해 지는 거야?"

"적어도 경제학적으로는 그렇다고 얘기할 수 있지. 여기에 신념이나 철학을 들이대는 것은 다른 분야지. 요즘은 물질이 정신까지 지배하고 있는 시대야. 바로 이것이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곤 하지. 물질적 욕구를 추구하다 보면 욕망의 노예가 돼 버리기 때문이야. 그래서 둘을 적절한 비율로 조합하는 것이 답이 아닐까 싶어. 소왕 생각은 어때?"

"가치를 키우기 위한 노력보다는 욕망을 줄이는 일이 더 쉬울 것 같아. 사실 우리 마을에서는 그동안 욕심을 크게 부릴 필요가 없었어. 그래도 웬만한 걸 다 가질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사정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어. 애써야 원하는 걸 가질 수 있고, 그러다 보니 다투는 일이 늘어나는 거야. 그래도 난 욕구를 제어하는 훈련이 꽤 잘 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쪽이 더 쉽다는 생각이 들어. 근데 지금 설명을 듣고 보니 우리 마을의 문제가 한마디로 경제적인 가치 추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그런데 물질적인 가치 추구는 나쁜 거야?"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파생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가치 추구 그 자체를 나쁘다고는 말하긴 힘들지. 사실은 그게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이거든. 사람들은 다 그렇게 타고났다는 뜻이야."

소금별 왕자는 조금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물질을 추구하는 바람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면서? 더 많이 갖기 위해 서로 싸우고 그러다 죽이기도 하고, 나라 간에는 전쟁도 일으킨다며?"

"사실이지. 그렇다고 물질을 생산하고 추구하는 걸 막을 순 없어. 그걸 통해 사람들은 경제라는 큰 바퀴를 굴려가고 오늘날과 같은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된 것이니까."

"생활수준이 풍족해진 만큼 문제점도 늘어난 건 아닐까?"

"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군. 그런 지적과 비판은 물론 가능하지. 그런데 그동안 그런 발전이 없었다면 지구상의 60억 인구는 더 큰 혼란에 빠졌을 거야. 인구가 계속해 늘어나는 동안 먹을 것과 가질 것이 지금보다 적었다면 더 피나는 싸움터로 변해 있지 않았을까."

소왕은 '먹을 것과 가질 것이 더 많아지니 사람들의 욕심도 더 커져 사회문제가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세상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상당히 본질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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