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재판땐 금품유혹 말썽/사설 감정원의 운영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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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법원 등록돼 민사소송 증거능력 인정/거의 인장업출신… 자격·단속법규 전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뇌물감정 시비사건을 계기로 뇌물을 건네줬다고 폭로한 것으로 보도된 사설감정인들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좁은 시장성에다 업무성격상 과거에 국과수에 몸담았거나 사설감정을 하다 국과수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국과수와 사설감정인들은 밀접한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반된 이해관계로 서로 감정이 대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문서감정원」「필적·인영·지문감정소」 등의 간판으로 민사소송과 관련되는 각종 서류내용의 진위여부를 감정하는 사설감정원은 서울의 8곳을 비롯,부산·대구 등에 1곳씩 전국에 10여개가 있다.
이들은 법원에 등록돼 법원의 감정위탁을 주로 담당하는 곳과 소송이나 부동산·금전거래 등과 관계된 개인적인 감정의뢰업무를 취급하는 곳으로 구분되지만 자격요건·규제 등이 명문화되지 않고 있다.
사설감정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이번에 말썽이된 김형영 국과수문서분석실장이 80년 허위감정사건으로 구속되면서 국과수측에서 감정업무량 폭주를 이유로 민사소송 관련감정을 맡지않기로 하면서부터.
이후 사설감정인들은 민사소송 감정업무를 본격적으로 다루게되면서 법원의 판결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
국과수나 대검의 문서감정에 법적증거능력을 인정하는 형사사건과는 달리 민사소송에서는 사설감정원의 감정결과에도 증거능력을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도의 전문성과 공신력이 요구되는 사설감정인들이지만 자격기준이나 단속 등을 규정한 법령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현재 이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공기관에서 감식경험이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장업출신자들이며 겸업자들도 있다.
신성필적영인감정소 이익주씨(55)는 『감정결과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뢰인들로부터 물질적인 유혹을 받기도 한다』며 『반면에 불리한 판정을 받은 소송관계인들로부터 허위감정혐의로 고소·고발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설감정인들이 필적이나 도장·지문 등을 감정해주고 받는 공식적인 기본 수수료는 건당 20만원선.
여기에 비슷한 감정을 더할 경우 건당 8만원씩 추가된다.
그러나 감정자료가 재판에서 유리한 증거로 채택되면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특별사례비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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