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수명 독창성이 좌우/어떤 상품이 장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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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레코드·포니승용차 13∼15년 지속/새우깡·부라보콘은 20년이상 인기
오랜기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장수상품이 있는가하면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해도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금세 자취를 감추는 단명의 상품도 허다하다.
왜 그럴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많은 사람이 즐겨 찾고 독창성이 있는 상품일수록 장수한다는 「평범한 진리」로 귀착된다.
자동차의 경우 50년대이후 현재까지 시판된 승용차는 모두 50여종.
이중 장수한 승용차로는 포니(75∼90년)·레코드(72∼85년)등을,단명한 것으로는 시발자동차(55∼56년)·새나라(62∼63년)·신성호(63∼64년)·카미나(76∼78년) 등을 들 수 있다.
신성호는 새나라자동차가 일본 닛산자동차와 기술제휴로 만들었다. 그러나 새나라 자동차가 신진자동차로 인수된뒤 기술제휴선이 일 도요타사로 바뀌면서 사라져야 했다.
카미나는 미 GM사제품으로 서구의 좋은 도로사정에 맞게 만들어졌으나 당시 우리나라의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고장이 빈번해 외면당했다.
반면 포니는 『5년간 연구해 고유모델로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고 안용모 현대자동차 승용마키팅부 상품기획실차장은 설명했다.
국내 1천4백여업체가 연간 2백여 종류의 상품을 만들고 또 그만큼을 없애는 과자시장은 상품생사의 기복이 특히 심하다.
새우깡·해태부라보콘은 20년이상 각각 스낵·아이스크림 시장의 간판상품이지만 생후 몇달만에 사라지는 제품도 부지기수다.
동양제과는 지난 74년 초코파이를 시판,아직도 연간 40억여원의 매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동양제과도 지난 83년에는 영국 바크&돕슨사의 캔디를 모방제조해 팔다가 곧 생산중단했고 88년에는 해태제과의 초코 케이크 「오예스」와 유사상품인 「두세르」를 25억원을 들여 만들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심용섭 동양제과이사는 이에 대해 『초코파이는 미국에서 들여왔지만 우리 입맛에 맞게 덜 달게 만든 반면 바크&돕슨사 캔디는 향내가 강한 유럽식 사탕을 그냥 모방했고 두세르는 독창성이 없던 점이 실패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증대나 기호·유행변화·기술발달에 의해서도 상품수명은 크게 좌우된다.
70년대에는 흑백 TV가 전부였으나 지금은 전국 7백여만가구의 99%에 컬러TV가 보급됐으며 2000년대 고선명 TV가 실용화되면 컬러TV도 사라질것은 뻔하다.
지난 89년말 나온 쌀라면은 밀가루로 튀겨 만든 일반 라면보다 끈기가 없고 고소한맛이 없어 소비자들이 외면,거의 생산중단됐다.
상품수명은 기업의 경영수지와 직결되고 성장을 뒷받침한다.
제과는 3개월동안 매월판매량이 2억원을 넘어야하고 신차종개발에 3천억원이 들어가는 자동차는 최소 5년,개발비로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가전제품은 2년은 팔려야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업계관계자들은 밝혔다.
활명수·진로소주·박카스·서울우유등 30년이상의 장수상품들은 기업성장의 모태가 되었고 초코파이는 지난 78년 동양제과를 부도에서 구해내기도 했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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