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1)첨단과학기술 연구현장을 찾아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인삼연초연구소(대덕연구단지내)본관2층에 자리잡은 식물자원 연구실.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수익을 국민을 위해 유익하게 사용하겠다는 취지아래 세워진 연구소내의 식물유전공학연구실들 가운데 가장 뒤늦게 발족한(89년)식물자원연구실이지만 현재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담배·인삼냄새와 함께 느릅나무·솔잎·용설란 등 각종 천연식물향이 진동하는 연구실에서 식물자원연구실장 이종철 박사(48·충남대졸)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문을 연 뒤 손에 든 담배를 가리키면서 자신은 담배인삼공사에 대해「애사심이 강한 연구원」이라며 짓궂게 웃었다.
현재 식물자원연구실의 가족은 이 실장을 비롯해 안대진 박사(40·충북대졸)와 현재 충남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있는 아르바이트생인 보조연구원 3명을 포함해 모두 5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런 미니연구실이지만 식물자원에서 신물질·신약개발을 창출하려는 연구실의 열성은 대단해 ▲천연노화억제 물질 ▲항암제와 성인병예방·치료제 ▲식품천연방부제개발 등 현재 하고있는 일은 다양하다. 또 인삼연초연구소이기 때문에 인삼·담배와 관련된 신물질개발은 당연히 하고 있는 과제다.
그러나 이 연구실의 가장 힘들고 빼놓을 수 없는 업무는 각종 의약품성분의 추출과 개발이 아니라 식물 자원 채집을 위해 매년 3∼6월에 제주도·울릉도·설악산·지리산등 전국 산간벽지를 돌아다니는 일.
『심마니가 산삼을 캐러 다니듯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산 속을 헤매다 넙니다. 흙먼지 흠뻑 뒤집어쓰고 산을 내러오다 간첩으로 오인 받거나 자연보호법에 걸려 파출소에서 조사 받은 적도 많습니다.』
고생스러웠던 식물자원 채집 경험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이 실장 등 연구원들은 지금까지 항암식물 41종, 성인병 치료효과식물 1백7종 등 모두4백82종의 식물자원을 확보했다고 자랑하면서 올 봄도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천연 식물자원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며 고생을 자처했던 우리나라 의학의 선구자이며 『동의보감』저자인 허준 선생을 존경한다는 이 실장과 안 박사 등의 어깨너머로 식물자원연구실의 좌우명으로 삼고있다는 건강10계가 보였다.
『일본은 이미 이 분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아프리카 등 세계의 구석진 곳까지 찾아가 천연식물자원확보에 여념이 없다』고 말하는 안 박사는『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허준 선생의 뒤를 잇겠다는 인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대덕=이원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