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 위원의 MLB 리포트] 박동희와 라이들을 추모하며

중앙일보

입력

2007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가 1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뉴욕 메츠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팀 당 162경기, 전체 2430 게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6일 플레이 볼 된다.

메이저리그에는 전통적으로 공식 개막전이 열렸던 신시내티에서 투수가 초구를 던지는 순간, 겨울이 얼음처럼 녹아 사라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2일 양키스타디움에서는 뉴욕 양키스-탬파베이의 개막전에 앞서 지난해 시즌 직후 뉴욕 맨해튼에서 비행기 충돌 사고로 34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양키스 투수 코리 라이들에 대한 추모 행사가 열렸다. 대형 화면에 라이들을 추억하는 비디오가 상영되는 가운데 미망인 멜라니와 6세의 아들 크리스토퍼 라이들이시구를 해 구장을 가득 메운 5만5035명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슬러거인 데이빗 오티스(32)는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개막전으로 2002년을 회상한다. 보스턴 구단은 그 날 펜웨이파크의 스크린에 고인이 된 오티스의 어머니 사진을 비춰주었다. 아들과 함께 메이저리그 개막을 기다리다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마음을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전한 것이다. 오티스는 2일 캔자스시티와의 원정 개막전을 앞두고 “지금도 그날 어머니의 모습을 본 순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회상했다.

지난 3월22일 야구인 박동희씨가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002년 12월의 어느 날, 일간스포츠로 배달된 신년 연하장에서 박동희를 만났다. 그의 당시 모 건설회사 직함이 참 낯설었다. 그가 롯데에서 뛰고 있었을 때 언젠가 서울 원정을 오면서 전화를 했다. 혜화동에 특별한 반지를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는데 함께 가줄 수 없느냐는 부탁이었다. 특유의 큰 목소리와 밝은 웃음이 듣는 이의 마음까지 상쾌하게 만들어 기꺼이 길 안내를 맡았다. 머리가 빠지기 시작해 고민하던 그는 신문에서 생체 리듬에 맞춰 은반지를 제작해 끼고 다니면 머리가 난다는 기사를 보고 찾아간 것이다.

롯데의 강병철 감독은 올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감독이 1992년 빙그레(한화)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마지막 우승으로 이끌었을 때 MVP가 3경기에서 2승1패를 기록한 박동희였다. 그 후 롯데는 1995년 김용희감독 시절 한국시리즈에 올라 김인식 감독의 두산과 격돌했으나 7차전 승부 끝에 3승4패로 역전패했다. 박동희는 김용희 감독 첫해인 1994년 마무리 투수로 변신해 31 세이브를 올렸으며 이는 여전히 롯데의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다. 박동희는 1997년 6월 삼성으로 트레이드됐고 배번도 21번에서 48번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고향 부산과 롯데를 떠난 박동희는 더 이상 강속구를 던지지 못했다. 고인에게 누가 될지 모르나 어쩌면 이후 롯데의 부진은 그를 버림으로써 ‘저주’가 생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동희는 그만큼 야구의 도시 부산의 애증을 한 몸에 받았던 투수였다. 롯데가 홈 개막전에서 박동희의 순수했던 ‘야구혼(野球魂)’을 추모해주기를 기대한다.

changyh@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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