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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선 지나는 땅 이용료 내야"

중앙일보

입력


한 공무원의 노력 때문에 자치단체가 공기업과의 법정분쟁에서 승소판결을 얻어냈다.
서울 송파구 전익문(50) 주거복지팀장이 주인공. 전 팀장은 송파구가 한국전력공사와 1년5개월간 벌인 '선하지(고압전선 등 전력공급을 하는 송·배전 전선 아래 토지에서 양쪽으로 각 3m를 추가한 면적) 이용에 대한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을 주도, 결국 한전으로부터 부당이득금 5890만원을 받아냈다.
"한국전력공사가 아무런 대가도 내지 않고 송파구 땅을 무단으로 사용했습니다. 주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2년 전 청소시설팀장을 맡은 뒤 송파구 장지동 일대 청소작업기지(4561㎡)에 순찰을 나갔던 전 팀장은 한전이 설치해 놓은 송전선이 작업기지를 관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직원들로부터 "고압 송전선이 재활용품과 대형폐기물 등 각종 쓰레기가 쌓인 작업기지 바로 위를 지나 화재.감전위험이 있고, 작업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푸념도 들었다.
하지만 한전이 토지사용 조건으로 낸 이렇다 할 대가도 없었다.
전 팀장은 우선 한전에 토지 무단사용에 대한 변상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송전선이 지나는 토지를 측량하고, 지방재정법 내용을 뒤적인 뒤 2005년 5월 한전에 "5년치 변상금 3100만 원을 부과하겠다"고 사전에 알렸다. 반면 한전은 "지방재정법상 공중사용에 대해서는 사용료 및 변상금 산정의 근거가 없다"며 반발했다.
전 팀장은 결국 소송을 택했다. 같은 해 9월부터 소송을 제기하고, 행정자치부에 "국·공유지 등 공유재산 공중사용에 대한 사용료 부과를 가능케 해달라"며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조례' 개정을 건의했다. 발이 닳도록 법정을 오가면서 수없이 변호사도 만났다.
1년5개월여의 소송분쟁 끝에 지난 1월 말 전 팀장은 법원으로부터 "한전은 이행강제 이자를 포함, 송파구에 5년치 부당이득금을 지급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행자부도 지난해 12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공유재산 공중사용에 대해서도 사용료 부과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송파구는 올해부터 매년 한전으로부터 3000여만원의 선하지 사용료를 받게 됐다.
전 팀장은 "송전선 뿐만 아니라 주민에게 불편을 주는 통신선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할 생각"이라며 "발로 뛰며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공무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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