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응징(주권의식 확립위한 캠페인 선거혁명 이루자:1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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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그냥 넘겨선 안될 국민 우롱행위/유권자도 지역이기주의에 현혹되지 말아야
수원지검은 지난 88년 6월7일 안산 주민 4백65명이 현지 국회의원 장모씨를 고발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2개월전의 4·26총선 당시 민정당 후보였던 장씨가 안산시 성포동과 중앙동 주공 고층 임대아파트의 임대계약기간 2년이 끝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총선 전날 『나의 노력으로 계약기간을 1년 연장했다』는 선거공약 전단을 뿌려 결과적으로 장후보는 당선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후 주공측은 계약기간 연장사실이 없다고 통고했으며 주민들은 『이것이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위해 주민들을 속인 것이므로 국회의원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고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5천여가구의 임대주민들중 실제로 장후보의 이같은 공약을 믿고 표를 던진 사람이 몇명이고,당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주거대책에 전전긍긍 하던 주민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음에는 틀림없다.
어쨌든 선거철이면 앞뒤 가리지않고 마구 쏟아놓는 후보의 허황된 선심공약이 나중에는 「거짓말」로까지 이어져 법에 고발당하기에 이른 것이다.
비슷한 예는 또 있다.
지난해 6월 광역의회 선거때 민자당 경기도 고양군 지구당은 원당읍 주민들의 최대 민원사항을 의식,선거 3일전에 『당정협의 결과 전철 일산선 노선이 원당을 경유하게 됐다』는 유인물을 뿌리고 주요도로에 「경축 일산선 원당읍 경유」라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이 지역에 출마한 허모후보는 지역민 최대민원을 해결한 공로(?)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그러나 선거 다음날 건설부는 『일산 전철노선을 변경한 적이 없다』고 공식부인 하고 나서 주민들의 집단항의 소동이 빚어졌다.
나중에 어찌되든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후보의 공약남발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유권자들도 만성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6공들어 독버섯처럼 퍼진 「지역이기주의」현상을 선거전에 이용하려는 사례가 지난 광역선거때 크게 늘었고 이번 14대총선에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의원선거든,지방의회선거든 간에 후보가 즐겨 써먹는 단골메뉴는 『우리고장을 시로 승격시키겠다』『도청을 옮겨오겠다』에서부터 시작해 『철도를 놓겠다』『도로를 넓히겠다』『공단을 조성하겠다』등 지역발전을 강조한 것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예로 교통사정이 좋지않은 청주지역에 『고속전철역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은 여당이 대통령선거와 13대총선에서 똑같이 써먹은 선거공약 이었으나 현실여건상 이뤄질 수 없는 「공약」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선배후보의 전철을 밟아 천안·공주·홍성 등에서 출마한 후보들이 일제히 「도청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고,전주에서는 「직할시 승격」이 전면에 부각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미 정부에서 확정한 사업을 자신의 공으로 가로채려는 얌체들도 있다.
지난 광역의회 선거때 대구·경북지역에 출마한 민자당 후보들이 내놓은 ▲대구 지하철건설 ▲안동·상주·달성공단 조성등 40개항의 공약은 거의 대부분 대구시와 경북도에서 계속 추진중인 사업들이었다.
한편 건설사업 등이 대부분 여당 프리미엄을 안고있는 후보가 들고나오는 공약이라면 야당쪽은 「농가부채 탕감」등과 같은 대책없는 공약을 내세워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일단 민심이나 얻고 보자는 식이다.
허튼공약,무리한 공약 등은 실현이 되든 안되든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현실여건상 도저히 불가능한 「공약」들은 분명히 유권자를 우롱하는 처사며 무리하게 공약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국가 전체의 경제적 타당성은 무시된채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설부사업 3분의 2가 대통령 공약사업 이었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14대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혁명」은 후보와 유권자 모두의 의식이 완전히 개조되는 것을 요구하지만 정치인들에게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백년하청격이다. 유권자들은 허튼공약을 남발하고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겨 표를 긁어모으려는 후보들의 얄팍한 속임수에 더 이상 속아넘어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공선협 관계자들은 역설한다.
유권자들은 「국가야 어찌되든 우리고장만 잘되면 된다」는 지역이기주의를 버리고 지난번 선거때 거짓말을 했던 후보나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해 유권자를 현혹하려 드는 후보를 표로써 철저히 응징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정치학자들은 강조한다.
14대총선에서도 유권자들이 달콤하나 허황된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를 응징하지 못한다면 우리 국회는 늘 거짓말 하는 정치인들의 무대가 되고 유권자들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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