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주민증… 범인이 사진바꿔 사용/억울한 빚쟁이 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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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서증거 곳곳서 “내돈 내라”/60여차례 당해… 9번 사기피소/30∼백만원짜리 도난·부도·가계수표 사용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린 국교교사가 이 주민등록증을 사용해 각종 부도 수표를 마구 써대는 정체모를 범인 때문에 2년째 「빚쟁이 아닌 빚쟁이」로 시달리고 있다.
서울 계성국교교사 장윤상씨(32·성남시 은행동 550)는 2년전쯤인 90년 3월 퇴근길 지하철안에서 주민등록증이 든 지갑을 도난당했다. 장씨는 그후 지금까지 장씨 이름을 도용한 수표때문에 60여차례나 결제를 요구하며 집·직장을 찾아오는 피해자들의 기습방문을 당했고 9차례나 사기혐의로 고발돼 경찰 등에 불려다니며 시달림을 당하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이 사진을 갈아끼우고 장씨를 사칭,도난 또는 부도처리된 30만∼1백만원짜리 가계·당좌수표를 마구 써대는 바람에 이 수표를 받은 피해자들이 이서인으로 돼있는 장씨에게 빚아닌 빚독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범인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상점 등에서 소액의 물건을 산뒤 장씨의 주민등록증과 함께 부도 수표를 내고 이서해 거스름돈을 챙겨 달아나는 수법으로 장씨를 괴롭히고 있다.
도난 직후인 90년 4월 충남 논산에서 첫 사고가 일어난 이후 한달에 두세번씩,최근에는 1주일에도 한두건씩 사고가 나 피해액수만도 줄잡아 5천여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범인은 특히 문제의 수표에 유령회사 명판까지 위조인을 찍어 수취인을 안심시키고 범행시간도 은행에 수표조회를 할 수 없는 늦은 시간대를 택하고 있어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실례로 지난 12일 오후 7시쯤 부산시 사직동 스파슈퍼에 장씨를 사칭한 범인이 나타나 부산은행 사하지점발행의 50만원권 당좌수표를 주민등록증과 함께 제시하고 선물용이라며 양주 2명 5만6천원어치와 거스름도늘 챙겨 달아났다.
수표조회결과 「김원기」라는 발행인과 「한영상사 서울 종로구 관철동 106­119 김홍규」라는 명판은 모두 유령인이었으며 발행은행측이 분실했던 40여장의 백지수표용지중 하나였던 것으로 밝혔졌다.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범인은 30대 중반으로 1m75㎝정도의 건장한 체격에 서울말씨를 쓰며 상당히 세련된데다 귀티가 나 쉽게 속아 넘어갔다』고 진술하고 있어 범인은 동일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사고발생 지역의 관할서별로 사건을 단순처리,전국에서 수표도난·부도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공조수사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전혀 손을 못쓰고 있는 실정이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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