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면 못 써…'用不用說' 기억하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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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누구나 청춘의 설렘과 황홀감을 평생 향유하고 싶을 것이다. 불혹을 지나면서 희끗희끗해진 머리는 이미 반백이 됐고, 굵은 주름살도 늘어가지만 아직도 마음은 청춘이다. 창살에 비치는 봄 햇살과 화단의 꽃망울도 가끔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현대 의학이 인간의 숙명인 노화도 늦춘다는데, 팔순 나이에도 사랑을 했다는 독일 문호 괴테처럼 죽는 날까지 즐겁고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방법은 없을까.

■ 열린 마음을 가져야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건강을 잘 관리하면 노년까지 성생활을 할 수 있다.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운동을 생활화하는 게 중요하다. 레몬트리 제공

성 문제가 중년 이후에 생기면 방치하거나 병원을 찾더라도 민망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는 성에 대한 이중 잣대 탓이다. 성에 대한 관심이 노화 때문에 눈에 띄게 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40∼80세 남녀 600명씩을 대상으로 ‘인생에 있어 성생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조사한 결과 87%(남성 96%, 여성 82%)가 ‘어느 정도 이상 중요하다’는 결과를 보인다. 남녀간 성생활과 친밀감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삶의 질’과 직결된다.
노년까지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즐기려면 이성을 향한 사랑과 성욕을 열린 마음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성욕 감퇴, 발기부전, 조루증, 불감증 등 성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중ㆍ노년기에 성 문제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섹스리스(sexless) 부부는 차츰 서먹함을 느끼다가 한 이불을 덮는 것도 불편해지기 쉽다. 마침내 각방을 쓰게 되는데 이런 부부는 다툼이 생겼을 때 껄끄러운 상태가 오래간다.

■ 정신적 교감과 사랑 표현 중요
성욕은 원초적 본능이지만 사랑의 감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성기능이 다소 떨어지는 중년기에 접어들수록 성에 대해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 사랑의 표현도 잦아야 하는데 수시로 키스ㆍ애무 등 스킨십으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발기부전 등으로 부부관계를 한동안 안 맺게 되면서 사랑의 표현마저 등한시하다 보면 치료 후 발기력을 회복해도 배우자의 준비 부족으로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다시 시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성행위의 주체인 남성의 성생활은 몇 살까지 가능할까. 개인차가 크지만 통상 특별한 병 없이 건강하다면 80대에도 성생활을 누릴 수 있다. 남성의 성기는 노화에 따라 크기와 강직도가 줄고 성행위를 시작할 때까지 시간도 길어진다. 하지만 이는 기능이 다소 떨어졌다는 의미이지 성생활이 힘든 것은 아니다. 노화로 폐활량이 떨어져도 호흡기능은 계속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성은 폐경과 더불어 성행위에 무관심해진다는 오해부터 없애야 한다. 실제로 오히려 임신 공포에서 벗어난 폐경 후 활발한 성생활을 재개해, 성병 유병률이 증가할 정도다. 참고로 성병 유병률의 첫 번째 피크는 청춘기인 15~25세며, 폐경 전후 두 번째 피크를 보인다. 물론 폐경 후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감함에 따라 분비물 감소 등 문제점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윤활제, 호르몬 치료(먹는 약ㆍ좌약 등)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 정기적인 성생활 꼭 필요
“사용하라, 아니면 기능을 잃어버릴 것이다!(Use it, or lose it!)”
남성들이 나이 들수록 새겨볼 말이다. 젊은 시절엔 몇 년씩 금욕생활을 해도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성행위가 가능하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될수록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도 점점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65세 이후 남성은 6개월만 성생활을 멀리해도 발기력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젊은 사람은 몇 달간 병석에 누워 있다가도 퇴원하면서 곧바로 걸어서 귀가를 하지만, 노인은 병석에서도 꾸준히 관절운동 등을 해주지 않으면 퇴원 후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남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중ㆍ노년기엔 정기적인 성생활을 해야 하며 만일 배우자의 지병 등으로 힘든 경우에는 자위행위 등을 통해서라도 사정을 하는 게 권장된다.

■ 식이요법·운동중요
남성의 가장 큰 성 고민은 발기부전. 중년만 돼도 발기가 안 되거나 발기가 돼도 불만족스럽다는 인구가 40대 40%, 50대 50%나 될 정도다. 현재 국내 발기부전 환자는 150만 명 정도. 주된 원인은 당뇨병ㆍ고혈압ㆍ심장병 등 성인병, 심한 스트레스, 약물 남용, 음주, 흡연 등이다.
따라서 성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식이요법, 운동요법,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이런 위험요인을 관리해야 한다. 이미 발기에 문제가 생겼다 하더라도 치료 의지만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환자의 70∼80%는 먹는 약에 좋은 반응을 보이며 나머지 환자도 주사약, 수술(음경 보형물) 등으로 만족스러운 성생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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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의학전문기자ㆍ의사

도움말 주신 분
중앙대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비뇨기과 손환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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