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으로 해결될까”관심/초읽기 몰린 현대자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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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 첫노사분규 정부 기선제압 의지/“계열사 연대등 악화우려”신중론도
현대자동차 사태는 과연 공권력 투입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사태를 지켜보는 모든 이의 관심이 바로 여기에 쏠려 있다.
정부는 이 사태가 올들어 첫번째 발생한 노사분규로 이 사태의 성격이 올전체 노사분규의 향방을 가름하게 될 것인 만큼 초기에 진정시키지 못할 경우 다른 생산현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는데다 총선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진압 방침을 굳히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공권력투입은 현대자동차사업장의 특수성과 주변 현대계열사노조의 연대파업 등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는 변수로 작용할 우려가 높아 그리 단순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각기관의 구체적 움직임과 발언 등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이번 현대사태에 모두 94개중대 1만5천여명의 병력동원계획을 마련,현재 30개중대를 회사근처에 배치해두고 있는 가운데 미야자와 일본총리 경호가 끝나는대로 서울 등의 1백여개 중대병력이 곧 집결할 것으로 보여 공권력 투입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김원환 경찰청장도 17일 울산 현대자동차의 노사분규와 관련,『현대자동차노조의 태업 등은 불법노조활동인만큼 노조가 정상조업에 들어가지 않는한 공권력투입은 불가피하다』고 밝혀 이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여기에 최병렬 노동부장관의 의법처리발언,검찰의 현대사태배후에 대한 사노맹등 제3세력 관권수사,경찰의 회사고발자 24명의 검거에 나선 점 등도 공권력개입의 사전단계로 볼 수 있다.
이같은 경찰·검찰·노동당국의 발빠른 행보와 함께 정부도 보름정도밖에 남지 않은 설날과 곧바로 이어질 선거정국 등을 감안,현대사태를 하루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어 예상외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회사측도 경찰에 공권력투입 요청공문을 비롯,작전수행 과정에서 보게될 회사시설물 손실에 대한 양해각서 등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공권력개입은 사실상 작전개시 신호만 남겨둔 상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불구,공권력 투입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현대중공업등 다른 생산현장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도색재료인 인화성강한 솔벤트·신나와 질식위험이 있는 암모니아·휘발유등 위험물저장소가 1백76개소나 있는데다 자동차생산라인의 첨단고가장비 및 출고 직전의 수천여대 완성차가 있고,또 출입문이 14개나 돼 경찰의 병력운용에 큰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이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더욱이 『노조가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위험물 저장시설과 값비싼 첨단장비,회사 정문 진입로인 명촌교폭파계획을 갖고 있고 자살특공대까지 조직해 두고 있다』는 정보도 경찰작전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현대그룹노조 총연합이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전체현대계열기업 노조는 물론 전노협소속 전국 단위 노조가 즉각 연대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혀 이 또한 고민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울산=허상천·김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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