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두고온 어머니 50년 그리움 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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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 실향민 중소기업가가 북한에 두고온 어머니를 향한 '사모곡'을 썼다.

1.4 후퇴 당시 여덟살이었던 이창남(60)씨는 "작은 아버지, 작은 어머니 말씀 잘 듣고 일주일 후에 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원산 부두에서 어머니와 헤어졌다. 맏며느리였던 어머니는 시부모를 모시기 위해 고향 원산에 남았다고 한다. 부산항에 도착한 이씨는 부랑아 수용소.고아원 등에 강제 수용돼 탈출하는 등 온갖 고생을 겪었다. 이후 타이어 가게 점원, '모비루'(윤활유) 중개상을 거쳐 현재는 같은 종류의 기름을 생산하는 제우스유화공업(주) 대표 자리를 맡고 있다.

이씨는 50여년간 어머니에게 썼던 편지를 모아 '어머님 전상서'(인간과자연사)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때문에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며 살아왔다"며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책에는 "아무리 어머니를 불러 봐도, 보고 싶다고 외쳐 봐도 공허한 울림만 되돌아옵니다"(1959년 9월), "꿈이 아니라 생생한 현실에서 조만간 어머니를 뵐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2003년 8월)라는 구구절절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편지들은 떠돌이 생활을 하던 시절, 기업을 일구고 가정을 이루는 과정, 통일 염원을 밝히는 부분 등으로 나뉘어 있다. 책의 인세 수입금 전액을 북한 어린이 돕기 기금으로 내겠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 뭉클하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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