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GS칼텍스 노조측서 임금 동결 먼저 제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GS칼텍스가 올해 임금을 동결한다. 회사 측이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묵살하고 동결한 게 아니다. 노동조합이 먼저 동결을 건의해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다.

GS칼텍스 허진수 사장(생산본부장)과 박주암 노조위원장은 29일 전남 여수 공장에서 임금 동결 내용을 담은 '2007년 임금 및 단체협상 조인식'을 했다.

노조 측은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회사의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동참하고자 임금을 올리지 않기로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노조의 임금 동결 제안 움직임은 올 초 시작됐다. 회사가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설비 증설에 6000억원을 투자하는 데다 석유 제품 마진이 박해져 이익이 크게 줄 것으로 보고 노조 간부들이 임금 동결을 생각했다. 노조는 대의원들을 통해 조합원들의 여론을 파악했다. 대부분 "회사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것이니 반대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노조는 지난달 28일 대의원 대회를 열어 동결 제안을 결의했으며, 이달 8일 임.단협을 위한 첫 노사 간 만남에서 먼저 임금을 올리지 말자는 얘기를 꺼냈다. 올해 경영 성과가 예상보다 좋으면 나중에 보상해 줘야 한다는 등의 조건도 달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회사와 구성원 모두가 지속적으로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허 사장은 조인식에서 "노조의 결단에 감사하며 지속적 성장을 위해 앞으로도 노사가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

GS칼텍스 김명환 전무는 "올해 말 설비 증설을 완료하고 '아시아에서 제일 수익성이 높은 정유사'라는 장기 목표를 달성하면 회사가 직원들에게 최고에 걸맞은 대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 노조는 2005년과 2006년엔 회사 측에 임금 인상률을 일임했다. 회사는 2005년에 기본급 4.1%, 2006년에는 3.3%를 인상했다. 이 회사 노조는 2004년 8월 20일간 파업하면서 최고경영자(CEO) 공개 망신 퍼포먼스를 하는 등 한때 회사와 극한 대립을 했었다. 회사 측도 조합원 600명을 징계하고 조합비 5억원을 가압류하는 등 강하게 맞섰다.

그러다 사내외에서 노조의 강경 노선에 대한 비판이 일자 2005년 초 노조는 상생과 화합을 추구하는 쪽으로 길을 바꿨다. 우선 단협 중에서 노조가 인사.경영에 일부 참여하도록 한 조항을 노조 스스로 삭제했다.

또 그해 말 여수 공장에서 열린 노사화합 선언 행사에서 노조는 '영구 무분규 선언'을 했다. 이에 회사도 2004년 파업 때 징계를 받은 600명의 승급 제한 조치를 풀고 조합비 가압류도 철회했으며 그 뒤 상생과 화합의 분위기를 이어 가고 있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