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장기투자의 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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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 1997년부터 10년간 해외펀드 누적 수익률이 제일 좋은 곳은 어딜까. 놀랍게도 98년 8월 모라토리엄(국가채무 불이행) 선언으로 국가부도 위기에까지 갔던 러시아다. 2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리퍼에 따르면 23일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옛 소련 연방국가에 집중투자하는 러시아 주식형의 10년 누적 수익률은 3090.66%다. 10년전 1억원을 투자했다면 31억원이 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러시아가 98년 모라토리엄으로 -20% 이상의 펀드 손실률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러시아 경제가 최근 5년간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연평균 6.9%씩 고속성장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다.

◆경제위기도 넘는 10년 장기투자=인도 주식형펀드의 10년간 수익률은 767.33%, 97년말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도 301.77%에 이른다. 동유럽 국가 주식에 투자하는 '유럽 이머징마켓 주식형'은 268.14%, 아프리카.중동 등지에 투자하는 '기타 이머징마켓 주식형'은 258.18%, '남미 이머징마켓 주식형'은 215.59%다. 같은 기간 유럽 주식형은 104.87%, 북미 주식형은 90.55%의 수익률을 올렸다. 신흥시장이 선진시장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기록한 것이다.

해외펀드의 수익률은 대부분 각 주요국의 주가지수 상승률보다 월등하게 높다. 10년간 러시아의 RTS지수 상승률은 453%로, 펀드수익률의 15% 정도에 그쳤다.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도 122.5%로 주식형펀드 수익률의 40% 수준이다.

제로인 최상길 상무는 "10년을 내다보고 해외펀드에 장기투자한다면 나라가 망하지 않는 다음에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장기투자에는 선진국보다 신흥국가가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1~2년 단기투자는 경기에 민감=투자금의 성격이 1~2년 뒤 회수해야하는 것이라면 투자 국가와 세계경제의 흐름을 잘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 러시아의 경우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98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그외 지역은 대부분 98~2002년 사이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3년 이후에서야 전 지역이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국내 전문가들은 2009년 상반기가 되면 경제활동인구가 줄기 시작해 경제성장과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리CS운용의 김영준 해외투자팀장은 "10년을 내다보는 장기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상관없지만 1~2년 정도 자금을 운영한다면 2009년쯤 시장상황을 맞춰 환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10년 누적수익률 어떻게 구했나=국제 펀드평가사인 리퍼가 1997년부터 각 지역.국가별 매년 펀드수익률을 누적해 산출한 수치다. 예를 들어 러시아 펀드 10년 수익률이 3090.66%이지만 모든 러시아펀드의 수익률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10년 동안 일부 펀드는 없어지고, 일부 펀드는 새로 생겨났지만 매년 러시아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누적해보니 3000%가 넘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러시아펀드 중 10년 동안 남아있는 펀드는 5개에 불과하며, 이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은 '러시아 프로스페리티A'라는 주식으로 수익률 1600%를 기록하고 있다. 5개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러시안 인베스트먼트컴퍼니'라는 뮤추얼펀드도 605%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제로인은 "학술적으로 정확한 통계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각 지역.국가별 펀드 수익률의 추세를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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