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이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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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그동안 최고 수백대1의 청약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일반분양 매력이 줄고 있다.

일반분양가는 치솟는 반면 10.29 부동산대책 이후 재건축단지 값이 급락하면서 일부 단지의 경우 재건축조합원 분양권 값이 일반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곳도 있기 때문이다.

내년 2~3월께 분양될 예정인 송파구 잠실 주공4단지 재건축조합은 일반분양가를 평당 1천8백만원 선으로 잡고 있다. 이 분양가대로라면 34평형 일반분양가는 6억2천만원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동.호수 추첨 무렵 예상 일반분양가보다 훨씬 높았던 34평형 조합원 분양권 값이 현재 6억원 선까지 떨어져 있다. 인근 K공인 朴모 사장은 "조합에서 잡고 있는 분양가 그대로 분양된다면 실수요자는 일반분양을 받기보다 조합원 분양권을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2차의 경우 새로 짓는 43평형 1백40여가구 중 60여가구가 다음달 초 서울 12차 동시분양에 나올 예정이다. 43평형을 배정받을 수 있는 기존 30평형 시세는 8억8천만원 선이지만 5천만원가량 되돌려받을 것으로 보여 43평형 조합원 분양권 값은 8억3천만원인 것이다.

아직 일반 분양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큰 평형임을 감안해 지난 10차 때 인근 20평형대의 대우푸르지오 분양가(1천8백여만원)보다 다소 높은 평당 1천9백만원대로 계산하면 43평형 일반분양가가 조합원 분양권 값과 비슷해진다. D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면에서만이 아니라 층에서도 일반분양을 받기보다 조합원 분양권을 사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서울 10차 동시분양 서울 1순위에서 2백15대1의 청약경쟁률을 보인 강남구 역삼동 영동주공3단지 재건축단지 일반분양분의 경우 일반분양가보다 싼 조합원 분양권 때문에 분양에 애를 먹었다.

24평형 일반분양가가 4억5천여만원이었는데 이보다 1천만원 싼 조합원 분양권이 중개업소에 나왔다. 때문에 일부 당첨자는 계약을 포기하고 조합원 분양권을 사는 바람에 이 단지 초기 계약률(당첨자 계약기간 내 계약 비율)은 40% 이하에 머물렀다.

지난 10월 서울 9차 동시분양 때 일반분양된 강남구 논현동 한화꿈에그린 27평형의 경우도 조합원 분양권 급매물을 일반 분양가(4억5백만원)보다 2천만원 이상 싼 3억8천만원에 살 수 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빨리 처분하려고 내놓은 매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강남권에서 재건축단지의 일반분양을 준비 중인 주택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대우건설은 내년 1월 초 분양 예정인 역삼동 개나리3차 재건축단지의 일반분양가를 최대한 낮출 방침이다. 또 일반분양분보다 싼 조합원 분양권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조합원 동.호수 지정을 일반분양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을 막기 위해서는 일반분양가를 내릴 수밖에 없지만 이 경우 재건축 조합원의 추가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조합원의 반발이 우려돼 분양가를 책정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사진설명>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가는 치솟는 반면 조합원 분양권 시세는 크게 떨어져 일반분양가 이하인 분양권 매물도 나온다. 사진은 내년 3월께 일반분양 예정인 송파구 잠실주공4단지 모습.[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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