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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부시와 역사적 담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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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승부사 노무현 대통령은 결국 카타르 도하에서 역사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의 승부수를 던질 것인가.

한.미 FTA 협상이 막바지 고비로 치닫는 가운데 노 대통령이 있는 도하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협상 시한을 이틀 남기고 쇠고기 문제가 국가 주권의 문제로까지 부풀려진 상황에서 결국 최고 지도자가 나서지 않고는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신의 지지 기반인 진보 세력의 등 돌림을 마다 않고 한.미 FTA를 고독하게 밀어붙인 노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이 주목되고 있다.

◆ 실시간 보고받는 대통령=노 대통령은 28일 도하에서 수행 중인 윤대희 경제정책수석을 수시로 불러 협상 상황을 체크했다. 당초 이번 순방에는 김용덕 경제보좌관이 수행할 예정이었지만 윤 수석으로 막판에 바꿨다. 수행단에는 안총기 주미대사관 경제참사관, 박원주 청와대 행정관 등 FTA를 담당해온 인물들이 포함됐다. 해외 순방 중에 역사적 결정을 내려야 할 대통령으로선 FTA 협상에 정통한 인물들을 데려가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행단은 보안기능을 갖춘 국제로밍 휴대전화를 평소 순방 때보다 2~3배 많이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을 수행 중인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거의 리얼타임(실시간)으로 협상 진전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면서 "협상팀이 아는 내용은 우리도 알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 29일 밤 정상 간 통화 가능성=대타결을 위한 양국 정상 간 통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경우 노 대통령이 협상 시한 만료일인 30일 오전 귀국하기 때문에 전화 통화는 29일 밤일 가능성이 크다. 시차 등을 감안하면 한국시간 29일 밤 10시30분~11시30분(워싱턴 29일 아침 9시30분~10시30분, 도하 29일 오후 4시30분~5시30분)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미 양국 정상은 FTA를 놓고 2005년과 지난달 14일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4년 호주와 FTA를 맺을 때도 존 하워드 호주 총리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통해 협상을 매듭지은 바 있다.

하지만 한.미 정상 간 실제 전화 통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치적인 부담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농업 등 민감한 문제를 직접 풀기가 부담스럽고, 부시 대통령도 최근 의회의 강경한 입장을 감안하면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도하의 한국 건설.IT 전시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끼리 전화해서 구체적인 협상사항에 대해 얘기할 수 있나"라고 여운을 남겼다.

◆ 미국 민주당 움직임도 중대 변수=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미 민주당은 27일(현지시간) 노동.환경 기준 등을 강화하는 새로운 내용을 담은 무역정책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미 콜롬비아.페루.파나마 등 서명까지 마친 남미 국가와 FTA에 대해서도 아동보호 등 노동 조항을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 측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우리에게도 노동 분야에서 새로운 요구 사항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해 왔다"며 "그러나 워낙 시간이 없기 때문에 FTA 타결 이후 가동될 노동 분야 협력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미국은 우리나라에 복수노조와 비정규직 문제를 추가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공화당과 미국 정부가 새로운 무역정책을 받아들이면 6월 30일 종료되는 무역촉진권한(TPA) 시한에 융통성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한.미 당국자가 4월 이후에도 협상을 계속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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