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해침범에 강경 대응하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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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연말에 이미 우리측의 항의를 받은 바 있는데도 이를 비웃듯 중국의 저인망어선단은 여전히 우리 영해에 머물며 불법어로까지 하고 있다. 이런 중국어선단의 방자한 행동도 행동이지만 그보다 더 큰 분노를 일으키게 하고 있는 것은 우리 정부의 미지근하고 마지못해 하는 듯한 대응이다.
외무부는 중국 저인망어선단이 제주근해 영해를 다시 침범한 사실이확인되자 6일 서울 중국무역대표부 대표대리를 불러 사건이 재발할 경우 나포등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비로소 통보했다고 한다. 무엇이 두려워 이렇듯 뒤늦고 미온적인 반응이 고작인가. 중국어선단에 대해서는 이미 영해침범과 불법어로 사실을 지적한 바 있고 그에 관련된 경고도 했었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당국이 취할 적절한 행동은 나포나 강제추방 등의 강경조치가 아니겠는가.
우리로서는 인내할만큼 했고 밟아야할 수순도 다 밟았다. 물론 나라와 나라사이의 문제가 그런 물리적 강경조치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그동안의 사정을 살펴볼때 그런 강경조치를 한다해도 그 책임은 전적으로 중국어선단측에 있다. 따라서 더이상 항의나 경고와 같은 미적지근한 대응을 하는 것은 우리의 주권을 스스로 모독하는 것과 같다.
한 나라가 자신의 영토에 대한 주권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정부가 이번 일에 이렇듯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 혹시라도 현재 추진중인 중국과의 수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인지 모르나 그렇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영해침범과 불법어로 문제에 수교문제가 결부될 수 있는 여지는 조금도 없다. 두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 나라의 주권조차 행사하지 못한다면 설사 수교가 이루어진다해도 그 수교가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인가. 정부 당국자들은 주권국가 국민으로서의 자존심도 없는 것인지 묻고싶다.
정부당국자들도 그동안 우리의 원양어선들이 실수로 미국·일본·소련 등의 영해를 침범했을때 사전 항의나 경고 한번도 받은바 없이 그대로 나포되어 재판을 받아온 사실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것은 국제법에 보장되어 있는 주권국가의 권리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 못하는가.
이미 항의절차까지 마친 이상 당국은 이 시점부터의 영해침범이나 불법어로에 대해서는 지체없이 나포등 물리적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 언제까지 경고만 할 것인가. 변명과 눈속임을 위해 기상악화를 내세워 우리 항구 앞바다에 피항하는 것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로 피항을 해야 할 상황인지의 여부를 가리는 것은 조금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해경이 어민들의 신고를 받고서야 출동하는 것도 크게 잘못된 일이다. 중국어선단이 우리 영해에 출몰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그렇다면 해결은 당연히 경계수역에 감시선을 고정배치해 불법행위가 벌어지면 즉각 행동을 취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마땅할 것이다.
앞으로는 당국이 단호한 행동을 보일 때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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