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5월 다시 콘서트 무대로 김창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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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권력지향적 인간형을 잘 연기해낸 김창완(53).

그에게 우용길 부원장 역은 일종의 반란이었다. 구수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틀에 박힌 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연기자로서의 욕구가 분출됐다.

"깨어 있는 삶이란 습관을 탈피하는 것이죠. 30년 가까이 보여줬던 있는 듯 없는 듯하던 연기가 우용길을 창조해낸 것이라고 봐요. 우용길을 통해 순결을 잃었지만, 대신 캐릭터의 폭은 넓어졌습니다."

연기자 김창완은 벌써 우용길 캐릭터가 싫증이 났나 보다. 그는 다음번 연기에서 다시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역할로 돌아간다. 7월 초 방송될 MBC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가제)에서 푸근한 커피집 주인을 연기할 예정.

드라마.영화.DJ.CF 등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를 가장 빛나게 하는 수식어는 역시 '음악인'이다. 그는 음악에서도 의미 있는 반란을 꾀하고 있다. 5월 3, 4일 호암아트홀에서 가질 콘서트에서다. '나는 김창완이다'라는 타이틀처럼 그는 이번 콘서트에서 인간 김창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지금까지의 공연과 달리 나 자신을 표방하는 무대를 만들 겁니다. 관객을 김창완의 인생과 음악세계로 초대하는 거죠. 산울림의 노래보다 음악인 김창완으로서 작업한 노래를 많이 올릴 겁니다."

너무나 흔해지고, 디지털화돼 가는 요즘 음악이 그의 귀에 공허하게 느껴지는 탓일까. 그는 이번 무대에서 아티스트의 감정과 섬세한 울림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을 사용한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운드를 위해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고, 전자악기의 사용도 최대한 자제한다는 것.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길에 한번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갔는데 영 못 듣겠더라고요. 그래서 이어폰을 뺐더니, 들려오는 한강 물소리, 둔치의 거위 소리, 택배 오토바이 소리 같은 게 어찌나 소중하게 느껴지던지…. 조악한 디지털 사운드보다 그런 자연의 소리가 우리 삶을 더 풍요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는 이번에 관객과 함께 음악의 힘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다고 했다. 인간 김창완은 가수와 연기자가 어떤 비율로 '혼합'돼 있는지 묻자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가수 60%, 연기자 60%, DJ 40%, 어… 100%가 넘어버렸네. 그래서 난 오버맨이야. 오버맨. 하하하."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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