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委 오른 노사관계 로드맵 勞·使 모두 강력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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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발표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은 국제기준에 부합한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9월 초 발표한 중간보고서의 큰 틀을 깨지 않으면서 부분적으로 손질만 했다.

정리해고와 직장폐쇄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 등 골자는 중간보고서의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예컨대 파업이 벌어지면 사업주가 합.불법에 상관없이 직장을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지금은 합법파업에 한해서만 직장을 폐쇄할 수 있다.

또 ▶조업 방해▶생산시설 점거▶사업장 출입 저지▶폭력.파괴 등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만드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근로자 보호를 위해 손배.가압류는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제한하고 가압류 때도 노조의 존립과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지도록 했다. 쟁의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조정을 거치도록 하는 조정전치주의도 없애 파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새로운 방안도 여럿 눈에 띈다.

우선 공익사업장에 적용하는 '긴급복귀명령제'를 백지화했다. 긴급복귀명령제는 병원의 응급실이나 항공관제 등 국민의 불편과 국가기간산업의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경영계가 강하게 요구했었다. 당초 노사개선위도 이런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 이를 추진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노동계가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자 최종안에서 빠졌다.

부당해고 등에 대한 처벌조항도 당초에는 삭제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최종안에선 상습적인 부당해고에 대해서는 처벌하되 형사처벌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업을 일부 양도할 때 근로자에게 승계거부권을 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예컨대 A기업의 근로자가 해당 사업부문이 B기업에 매각됐을 때 B기업에 가지 않고 A기업에 남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 것이다.

노동부는 다소 논란이 있지만 이 방안대로 시행할 경우 투쟁과 대립의 노사관행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사용자 단체들과 노동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이번 노사관계 로드맵 최종안대로라면 종래에는 불법파업이던 것이 합법 파업으로 변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파업 최소화▶노동 유연성 강화▶노사관계 안정이라는 애초의 목적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사개혁 로드맵은 재계에는 '보약'이고, 노동계에는 '독약'이다"며 반대투쟁에 나설 태세다.

이에 따라 이번 안을 바탕으로 노사가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하면 노사개혁 방안이 말만 무성한 채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김기찬.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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