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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보다 후보 자질보고 투표하겠다/정치평가 지도층이 훨씬 부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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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도층 민자·일반은 민주 더 선호/정치인들이 우선 할일은 물가 안정
올해 실시되는 네차례의 각종 선거를 앞둔 사회 지도층과 일반 유권자의 여론은 경제문제에 대한 우선적 관심,돈드는 선거와 이에 따른 물가불안,현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환멸이라는 측면에서 공통된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여야 각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선호도,정치지도자가 가져야할 덕목과 능력의 내용,정치판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원인 등의 평가에서는 서로 다르고 때로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우선 현 정치권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일반 유권자나 사회 지도층 다같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나 일반의 그것이 48.1%인데 비해 사회 지도층은 73.1%에 달했다.
그저 그렇다는 응답은 일반 43.5%,지도층 23.6%,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일반 8.1%,지도층 2.6%로 유권자 일반보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훨씬 현 정치권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현 정치권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에게 그 이유를 두가지씩 고르게 한 결과 지도층은 당리당략적 정치운영(54.1%)을,일반 유권자는 정치 지도자의 지도력 부족(37.4%)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대통령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가져야할 품성에 있어서도 사회지도층은 정직 39.5%,책임감 27.3%,합리성 13.3%의 순으로 응답한 반면 일반 유권자는 책임감 46.0%,정직 26.2%,청렴 11.3%의 순으로 꼽았다.
정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능력에 대해서도 사회 지도층은 결단 및 추진력 45.8%,경제 운영능력 20.3%,갈등해소능력 16.2%의 순으로 요구한데 비해 일반 유권자는 경제 운영능력 28.2%,통솔력 23.7%의 결단 및 추진력 22.6%의 차례로 답했다.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데 가장 적합한 정치지도자의 유형에 있어서는 지도층은 행정지식과 정책 수행 능력을 갖춘 지도자(35.8%)를,일반 유권자는 국민 여론을 존중하는 지도자(53.7%)를 각각 가장 원하고 있다.
요약하면 사회 지도층은 현정치권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당리당략적 정치운영 때문이며 지도자는 우선 정직하고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어야 하며 행정 지식과 정책 수행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보는 반면 일반 유권자는 정치권 잘못의 원인은 지도력 부족이며 지도자는 우선 책임감과 경제운영능력을 가지고 국민여론을 존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 정치 지도자중 ▲강력한 통치력 ▲국민 여론 존중 ▲행정지식과 정책 수행능력의 세가지 분야에서 자질을 갖춘 사사람을 쓰도록 한 질문에서는 57.6∼71.5%가 해당자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해 정치지도자에 대한 우리 국민의 낮은 평가를 재확인했다.
개인별로 보면 김대중 민주당공동대표가 ▲강력한 통치력을 갖춘 지도자로 지도층 10.7%,유권자 8.9%에 의해 꼽혔고 ▲행정지식과 정책수행 능력을 갖춘 지도자로 지도층 5.2%,유권자 5.8%에 의해 거명돼 이 두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다.
국민여론 존중 지도자로는 지도층에서는 김영삼 민자당대표가 8.5%로 1위였고 유권자 일반은 김대중 대표가 5.2%로 김영삼 대표를 앞섰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는 일반 유권자의 67.2%,사회지도층의 43.9%가 없다·모른다고 대답했고 10% 이상의 비율로 꼽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회지도층에서는 김영삼 9.6%,김대중 6.6%,이종찬 의원 3.0%의 순으로 꼽았고 일반 유권자는 김대중 7.6%,김영삼 6.7%,김동길 3.1%의 순으로 선호했다.
올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는 후보개인의 자질을 기준으로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가장 많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사회지도층의 69.4%,일반유권자의 63.8%가,대통령 선거에서는 사회지도층의 56.5%,일반유권자의 62.4%가 이같이 응답했다.
투표기준으로 많이 꼽힌 것은 사회지도층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20.3%) 대통령 선거(23.6%)모두 소속 정당이었으나 일반 유권자는 국회의원선거(9.7%) 대통령 선거(10.3%)모두 선거공약으로 나타났다.
차기 정치 지도자들이 우선적으로 힘써 해결해야 할 분야로는 사회지도층의 58.3%,일반 유권자의 47.4%가 경제 문제를 지적했다.
경제문제 중에서 차기 정치지도자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분야를 2개씩 고르게 한 결과 물가불안이라는 응답이 지도층(47.2%)이나 일반 유권자(40.9%)모두에서 가장 많았다.
지도층에서 그다음으로 많이 응답한 것은 빈부격차 41.3%,수출부진 31.4%의 순이었고 일반 유권자의 응답은 농어촌문제 337.1%,과소비 36.2%순이었다.
특히 과소비·농어촌 문제·수출부진 등의 항목에 관해서는 사회지도층과 일반유권자 사이에 20%포인트 이상의 응답률 차이를 보였다.
농어촌 문제와 과소비가 우선적 경제문제라는 응답률은 일반 유권자의 경우 37.1%,36.2%인데 비해 사회 지도층은 15.1%,11.8%를 각각 기록했다.
기존 정당외에 신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지도층 37.6%,일반 38.1%)와 필요하지 않다(지도층 37.3%,일반 39.8%)가 거의 같은 응답률을 보였다.
정당 지지율에 있어서는 「지지할 만한 정당이 없다」는 응답(지도층 40.6%,일반 48.2%)이 가장 많았고,「잘 모르겠다」(지도층 7.7%,일반 17.1%)를 합치면 특정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지도층 48.3%,일반 65.3%에 이르렀다.
사회 지도층은 반수(49.8%)가,일반 유권자는 겨우 3분의 1(34.5%)이 지지정당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사회 지도층과 일반 유권자가 가장 큰 편차를 보인 것은 지지정당 부분이었다.
민자당 지지자는 사회지도층에서는 32.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데 비해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는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15.2%로 2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민주당 지지율은 일반 유권자에게 있어서는 16.6%로 1위였으나 사회지도층에서는 11.1%로 2위를 차지한데 그쳤다.
진보정당인 민중당에 대한 지지율은 사회 지도층의 6.6%를 기록 일반 유권자의 2.7%보다 많았다.
사회지도층은 현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불만의 정도는 훨씬 강한데 비해(「잘못하고 있다」지도층 73.1%,일반 48.1%)민자당 지지율은 일반 유권자보다 2배이상 높아 비판적이면서도 안정 희구적인 성향을 보였다.
지도층의 민자당 지지율이 특히 높은 것은 이들의 직업이 대기업 임원·과장급 이상공무원·대학교수·법조인 등으로 12개 직종중 재야 노동단체 간부를 제외하면 모두가 기득권 계층인 것과 직접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유권자의 민자당 지지율은 지난 8월 중앙일보창간기념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16.7%로 가장 많았으나 이번에는 15.2%로 다소 줄었다.
지난 8월 여론조사에서 신민당은 12.8%,민주당은 10.6%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양당이 통합해 출범한 현민주당 지지율은 이전 지지율을 합친 23.4%에 크게 못미치는 16.6%에 머물렀다.
각 당의 줄어든 몫은 지난 8월 조사때는 없다가 이번 조사에 신설된 「잘 모르겠다」는 항목의 응답률 17.1% 속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조현욱기자>
◎조사방법/지도층 271명 면접·일반유권자 천명 전화조사
중앙일보가 신년특집으로 기획한 이번 여론조사는 대통령 선거등 올해 치러질 네차례의 주요선거를 앞두고 「신정치지도자의 자질과 역할」에 대해 사회 지도층인사와 일반 유권자의 의견을 수집,비교하는데 목적이 있다.
일반유권자의 경우 전국의 유권자를 모집단으로 해서 전화번호부를 이용해 지역,도시화 정도,성별의 비례에 따라 할당표집해 전화 인터뷰를 했다.
조사기간은 지난해 12월12∼13일 이틀간이며 표집 오차의 한계는 95%신뢰수준에서 ±3.1%다.
사회지도층은 우리사회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는 계층을 전문가의견을 참고해 12개 직업집단으로 선정한뒤 직업집단별로 사회적 영향력과 숫자를 감안해 표본수를 임의 할당했다.
서울지역 활동자만을 대상으로 총 표본 3백명을 선정,이중 면접조사에 응한 2백71명을 1백%로 보고 분석했다.
조사기간은 지난해 12월7∼17일이며 중앙일보기자나 조사원이 직접 면접을 통해 조사했다.
사회지도층의 내용은 ▲과장급 이상 공무원 44명 ▲교육계의 중고교장 17명 ▲법조계의 판·검사와 변호사 23명 ▲예술계의 유명인 20명 ▲재계의 대기업 임원 50명 ▲중소기업 대표 10명 ▲재야 노동계의 단체간부 22명 ▲정계의 국회의원 16명 ▲의사·회계사등 전문자유직 12명 ▲종교계의 유명인 9명 ◆사회과학계 교수 33명 ▲영관급 이상 군인과 경찰간부 15명등 12개 분야 2백71명이다.
문항의 설계와 조사·분석 등은 모두 중앙일보 데이타뱅크국 경제정보부에서 주관,시행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보고…/김광웅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민심외면 정치권에 “경고”/의사소통 막힌 조각난 정치 불만/여론 바로아는 강한 지도자 기대
변화의 급류가 밀어닥칠 것만 같은 올해,새로운 정치질서가 창출되기를 기대하지만 정당정치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고 그 주역인 정치지도자 또한 마땅치 않다. 그래서인지 국민들은 더더욱 지도자에 대해 뚜렷한 주문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사실이 중앙일보의 이번 조사로 확연히 드러났다. 즉 유권자인 국민들은 연령·성·학력·거주지 및 경제수준등 자신의 사회·경제·인구학적 배경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정치적 선호가 분명히 다르며 그만큼 정치지도자는 이에 맞는 배경과 자질,그리고 능력 등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공화국이 바뀌는 채비에 분주한 금년,사회 지도층이나 일반국민 모두가 매우 궁금해하는 리더십의 변화에 관해 체계적으로 구성된 이론들을 토대로 행해진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것은 우선 오늘의 정당과 정치지도자에 대한 불신의 골이 너무 깊다는 사실이다. 각 정당이 당리만 앞세울 뿐 안에서는 다툼에 여념이 없고 부정·부패에 빠져 있으니 좋은 인상을 줄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지하는 정당이나 지도자를 고르라는 요구가 무리일 것이다.
특히 현 지도층에서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고 기대해 볼 만한 인물이 없다는 사실은 내일의 정치에 대한 희망을 앗아간다.
사회지도층 응답자는 두명중 한명 꼴로,그리고 일반유권자층에서는 세명중 두명이 기성 지도자중에는 차기 대통령감이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니 큰 일이다. 정치지도자가 개인적으로 이처럼 외면당하는 현실은 그 바탕이 되는 정당이 온전하지 못한데서 기인한다. 민주정치는 곧 정당정치인데도 과반수에 이르는 응답자들이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한다. 투표할때도 후보의 소속정당을 보고 찍는다는 사람보다 후보 개인의 자질을 먼저 생각한다는 사람이 2∼3배 많다. 정당에 대한 외면과 불신은 신당의 필요성이 역설되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세명중 한명 이상꼴로 새로운 정당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기존정당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는 또 다른 척도이기도 하다.
이번의 다양한 조사분석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람직한 정치지도자상이 어떠한 것인가를 어느 정도 알수 있게 해 주었다. 정치지도자는 모름지기 그 품성에서 정직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청렴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국민들은 생각한다. 사회지도층이 정직과 합리성을,일반유권자층이 책임감을 보다 중시해 차이가 있는 듯하나 표현만 다를 뿐 지도자가 덕목으로 갖추어야할 기본적 주문을 같이한 셈이다. 또 능력면에서 지도자는 결단력·추진력·통솔력·관리운영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유권자들은 기대한다. 사회지도층 응답자 두 사람중 한 사람 꼴로 결단력과 추진력을 강조하는 것은 현 최고 통치자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겠지만 결단력과 추진력이 지나치면 독선 내지는 독재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위험이 따른다. 역시 국민은 강력한 지도자가 끌고 가주기를 바라는 성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이상과 같은 품성과 능력을 갖춘 지도자는 한국의 어려운 정치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하거나,국민여론을 존중하거나,또는 행정지식과 정책수행력을 지녀야 한다. 국민들은 일종의 권위적 지도자가 될 여지가 있는 「통치형」보다는 여론을 존중하는 「민주형」지도와 공공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와 능력이 필요한 「실무형」지도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그중에서 민주형은 일반유권자들이,그리고 실무형은 사회지도자들이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나 역할기대에 대한 솔직한 표현을 한 셈이다. 그러나 정치지도자의 이 유형론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세 유형이 별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새 정치지도자는 『여론에 바탕을 두고 행정과 정책등 공공기구의 본질을 알며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로 미래의 지도자는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사회지도층과 일반국민층이 정치와 경제문제를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이 차이를 줄이도록 노력하면서 정치의 초점을 어떤 계층에 맞추는 것이 현명한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명심해야 할 것은 역시 불만과 불신에 차 있는 국민의 뜻이 정당에 수렴되지 않아 맥이 끊겨 있고 대의정치로 이어지는 마디조차 잘려 있어 정치체계의 전체구도가 조각나 있다는 심각한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새 지도자는 국민의 수준이 어떻다며 지천을 부릴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자아성찰을 하며 자질과 능력을 키워 국민과 정당간의 연결고리를 다시 이어주는 유연하면서도 힘있는 지도력을 발휘할 준비를 해 나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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