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 값내려도 미달 사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10.29 부동산대책의 후폭풍이 몰아치며 아파트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서울 11차 동시분양에서는 많은 업체가 분양가를 내렸지만 지난 5일 서울 1순위에서도 4백93가구가 무더기로 미달됐다. 올 1~10차 동시분양 1순위 미달가구를 합친 5백62가구에 육박하는 것이다.

'불패 행진'을 거듭하던 서울 강남구의 주상복합아파트도 초유의 청약 미달이 발생했고, 수도권 인기지역으로 꼽히던 경기도 파주 교하택지지구는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3순위에서조차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주택업계는 이 같은 미분양의 원인으로 집값 하락에 따른 소비자들의 매수 심리 위축을 꼽는다. 이번 11차 동시 분양 참여업체 16개사 중 7개사가 분양가를 최고 2천8백만원 내렸지만 10.29 대책 이후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매수를 꺼린다는 것이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집값이 오를 때는 은행 돈을 빌려서라도 집 장만을 하겠지만 외환위기 때 경험에서 알 수 있듯 집값 하락기에는 시세 차익을 보장받지 못해 실수요자들이 관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투기과열지구 확대로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가수요가 거의 사라졌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강화조치도 신규 주택 취득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청약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지오씨앤디의 곽창석 대표는 "부동산 시장이 정점을 지나면 반드시 미분양.미계약 사태가 장기간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미분양 사태가 향후 1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업계는 분양시기를 미루며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청약시장 침체가 계속될까 크게 걱정하고 있다. L건설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미분양 물량이 많은 중소업체들은 회사가 심하게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은 아직 느긋하다. 오히려 10.29 대책이 시장에 먹혀들고 있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모습이다. 일단 10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이 2만5천여가구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미분양이 생겨야 업체들이 분양가를 내리고, 분양가가 떨어지면 실수요자들이 다시 분양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미분양이 심각해지면 투기과열지구를 단계적으로 해제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주정완.서미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