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에 불만 육성토로 예상/전두환씨 법정출두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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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화해불응”신호인듯… 5공재평가 탐색/청와대도 긴장,새해정국에 파장 클 듯
전두환 전대통령이 내년 1월17일 장세동 전청와대경호실장의 대통령경호실법위반사건 항소심공판에 증인으로 나서기로 해 정치권에 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측의 거듭된 화해 제의를 뿌리쳐온 전전대통령이 ▲하산 1년을 맞고 ▲그의 사료담당비서관이었던 김성익씨가 최근 모월간지에서 노대통령의 6·29선언 주체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기했으며 ▲장씨를 포함한 전씨추종세력의 5공신당 추진움직임이 여의치 않은 등의 전후상황에서 장씨재판 증인으로 출석키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내의 권력투쟁이 격화되고 총선거가 3개월여밖에 남지 않았으며 ▲노대통령의 통치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전씨의 결심은 순수한 사법적 차원의 대응에서 나왔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전씨가 재판증인출석으로 노리는 바가 무엇이냐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특히 청와대측은 그 진의파악에 고심하고 있다.
정계소식통들은 『전씨가 청와대측의 화해제의에 냉담한채 새해 초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겠다고 10여일전부터 흘려온 점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이번 조처로 노대통령의 재임중에는 화해에 응할 뜻이 없음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전씨의 증인출석에 대한 법조계 견해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법조계의 다수의견은 전전대통령이 법정에서 『장피고인이 일해재단시설내에 영빈관 등을 짓게한 것은 당시 대통령인 본인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장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다 하더라도 이것 때문에 장피고인이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런 점에서 보면 전씨의 증인출두는 이미 백담사생활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사면」은 받았다고 생각하는 전전대통령이 증언자리를 빌려 5공청산이 6공의 잘못된 정치행위였음을 주장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전씨측근들의 청와대측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이러한 분석을 방증한다. 6공정부가 전씨측근들의 정치적 활동을 음양으로 제재 또는 견제하고 있다면서 청와대측의 화해제의 자세는 빈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10월 전전대통령의 장모 상 또는 인촌선생 동상제막식(11월11일)때 전전대통령과 노대통령간의 자연스런 「만남」이 이뤄질 수 있는 계기를 청와대측이 외면한 것은 소위 청와대가 말하는 「화해」가 『겉과 속이 다른 것』(민정기 전전대통령비서관)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연희동의 실질적 대외창구로 나선 장씨를 재판의 이례적 「속성」으로 묶어두려는 것은 연희동전체를 압박하려는 「6공의 포위」라고 서슴지 않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전전대통령의 재판증인 출석결심은 그같은 분석에 따라 『더이상 당할 수 없다』는 연희동의 의지표명이 집결된 것으로 보이며 연희동측은 그의 증언으로 장씨의 무죄판결을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정계에서는 전씨가 이를 계기로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5공세력의 정치적 재기를 적극 지원하면서 5공의 역사적 공과에 대한 평가를 다시 받아보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다시말하면 그것은 노대통령에 대한 전씨의 강한 반발이라고 보여 새해정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질 전망이다.
우선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민자당내 대권갈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미 김영삼 대표계는 5,6공의 관계악화를 대청와대 공세의 또 하나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검토해 왔다.
전전대통령의 증언이 6공과의 정면대결로 나타날 경우 집권후반기 노대통령의 정국구상은 흐트러질지 모르기 때문이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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