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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의 목소리/국민의 의식혁명 급선무(돈선거 안된다: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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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왜곡된 풍토 바로잡자” 공감대 확산/“주범은 정치권… 강력한 제도 마련을”
우리 선거풍토를 병들게하고 있는 「돈선거」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버리자는 목소리가 국민들 사이에서 커져가고 있다.
이같은 자성과 자각의 목소리는 내년 4대선거를 앞두고 금권·타락선거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와 정비례해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내년 4대선거가 관계·재계 및 정계인사들이 진단하듯 5조원내지 1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단위의 돈으로 칠갑한 돈선거로 치러질 경우 파생될 정치·경제혼란과 사회기강 해이에 대한 위기의식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제도는 이제라도 뜯어고치고 의식혁명을 통해서라도 왜곡된 선거풍토를 바로 잡자는 것이다.
이미 때늦었지만 내일 시작하는 것보다 오늘 당장하는 것이 그래도 빠르다는 논리다.
지난 광역선거때 민자당은 후보공천의 우선적 고려사항으로 현금동원능력(5억원이상)을 꼽았다. 돈선거의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여당이 재력위주의 공천·당선제일주의로 돈선거를 부채질한 셈이다.
야당도 특정지역의 공천권을 특별당비라는 명목으로 팔아 금권선거를 방조한 결과를 빚고 말았다.
겉으로는 돈 안들고 깨끗한 선거를 부르짖고 있는 정당이 공천과정에서부터 돈선거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여당의 조직선거가 돈선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여기에 행정력이 이를 방조 또는 은폐해 금권선거 풍토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적인 원인외에 선거공영제의 미비,정치자금제도의 불합리,선거운동방법 잘못 등 제도상의 문제점과 함께 우리 사회의 부패구조와 공명선거에 대한 낮은 민도,부동산투기 등 불로소득 만연도 금권선거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투기로 인한 불로소득계층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선거판을 돈으로 도배질하고 금융가명제로 인한 검은 돈이 음성적인 정치자금으로 변해 금권선거의 젖줄이 되고 있는 것이다.
황수익 교수(서울대)는 따라서 『돈선거를 막기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장치로 우선 금융실명제 실시가 급선무』라면서 『금융실명제만이 음성적인 돈줄을 추적,이를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후보자의 선거자금에 대한 수입과 지출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고 중앙선관위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공인회계사의 감사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일반시민들의 선거자금 감시기능을 강화토록 해야한다는 전문가의 견해다.
경실련 유종성 정책실장은 『선거비용규제는 엄격히 하고 그 대신 선거운동방법은 자유롭게 풀어야 한다』며 『후보자들이 선관위에 선거자금 지출 보고를 허위로 할 경우 당선무효까지 시킬 수 있도록 법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적제재를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사법당국의 선거사범에 대한 법집행이 보다 엄격해져야 금권선거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돈을 뿌리고 얻을 수 있는 득표가능성이 사법당국에 금권선거로 발각돼 당선무효등 처벌받을 위험성보다 훨씬 커질때 후보자는 누구든 매표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는 것이 후보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송복 교수(연세대)는 『유권자가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정당이 제대로 된 인물을 공천하고 범법자에 대한 법집행을 철저히 하는 길만이 돈선거를 차단할 수 있는 첩경』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유권자들도 아직 공명선거에 대한 민도가 낮아 유권자들 스스로가 먼저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후보자들의 체험적 고백이다.
돈선거·탈법선거의 주범은 정치권이지만 그같은 불법·부정을 가능케하는 토양이 유권자들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따라서 유권자들 스스로가 돈을 쓰거나 불법운동을 한 후보를 낙선시키는 풍토를 조성하고 금품·향응의 유혹 앞에 흔들리지 않는 선거의식혁명을 이룰 때야만 돈안드는 깨끗한 선거는 가능한 것이다.
후보자 또한 게임룰에 따라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야 하고 매표매수로 표를 모으려해서는 안된다.
김호진 교수(고려대)는 『유권자들 스스로가 때묻은 돈,검은 돈의 노예가 되지않고 공명선거의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금권선거의 근본원인이 치유되지 않고 현 추세가 계속될 경우 내년 4대선거가 가져올 선거비용인플레는 경제안정의 치명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독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내년 4대선거를 꼭 치러야 한다면 경제·사회적 낭비를 최소화하고 돈선거·타락선거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 등 3대선거는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태동 교수(성대)는 『정부측은 경험부족으로 인한 혼란과 인력·준비부족 등을 이유로 동시선거실시를 반대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없다』면서 『최소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만이라도 하나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창현 교수(한양대)도 『국회의원과 광역 및 기초단체장 선거를 동시에 실시,선거에 드는 시간·돈·인력을 절약하고 선거운동기간중 불법·타락·금권선거를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감시·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든 나라의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치와 정치지도자를 갖는다고 한다.
내년 4대선거를 맞아 후보자·유권자 모두가 얼마나 선거의식혁명을 이뤄내느냐가 돈선거를 퇴치하는 관건이라고 임좌순 중앙선관위 선거국장은 강조한다.<정순균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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