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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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찬일(1955~)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부분

베란다에서 깍깍거리는 까치 두 마리

수리산 공터에서 깍깍거리는 까치 두 마리

모두 네 마리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세 마리라네

한 마리가 수리산 까치와 깍깍
베란다 까치와 깍깍
(중략)
한 마리가 두 마리라네
베로니카라네



까치소리에서 태어난 절창. 울음이 또 다른 울음을 불러내고, 잊었던 울음과 앞으로 울어야 할 울음까지 앞당겨 울어내는 사람이 있었지. 박용래 시인이셨지. 베로니카였을까. 수리산 까치였을까. 이중 삼중의 울음을 울어내는 시인들의 여성성! 정치나 경제.군사에 비하면 문학은, 특히 시야말로 여성성이며 따라서 시인도 여성적이고-.

유안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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