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 "삼성만 만나면 기 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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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하지 않고 3차전에 임하겠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

"1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

프로배구 2006~2007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2차전을 마친 뒤 양 팀 감독들이 한 말이다. 언뜻 보면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1위인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다.

정규리그 2위 현대캐피탈이 25일 적지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차전에서 1위 삼성화재를 3-0으로 완파했다. 전날 1차전에서도 3-1 승리를 거둔 현대캐피탈은 2년 연속 챔피언에 1승만을 남겨놓았다. 현대캐피탈 사령탑에 부임한 3년 전, 김호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삼성화재만 보면 주눅이 들어 힘 한번 못 써보고 진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삼성화재만 만나면 더 힘이 넘친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김 감독은 "삼성화재가 특정 팀에 5연패당한 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1~3라운드에서 삼성화재에 3연패를 당했으나 4라운드부터 챔피언결정전 2차전까지 내리 다섯 번 이겼다.

승부처는 1세트였다. 두 팀이 제대로 된 승부를 펼친 것은 1세트뿐이었다. 15-17로 끌려가던 현대캐피탈은 후인정(12점)의 연속 득점으로 17-17 동점을 만들어냈다. 1점 차 박빙의 승부가 계속됐으나 23-22로 앞선 상태에서 송인석의 블로킹과 루니의 터치아웃 공격이 이어지며 25-23으로 현대캐피탈이 1세트를 가져갔다.

2, 3세트는 현대캐피탈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2세트 중반에는 현대캐피탈이 7점 차(20-13)까지 앞섰다. 신진식.김상우 등 삼성화재 선수들의 발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수비수들의 리시브도, 센터진의 점프도 제대로 되지 않으니 '괴물' 레안드로(19점) 혼자서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반면 현대캐피탈의 숀 루니(20점)는 공.수를 넘나들며 물 오른 솜씨를 자랑했다.

김 감독은 "지나간 게임은 생각하지 않고 3차전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천안 홈 경기로 열리는 3차전(28일)에서 끝내겠다는 뜻이었다.

신치용 감독은 "정신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한계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1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9년 연속 우승팀이자 올 시즌 정규리그 1위 팀의 위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천안에서 열린 여자부 챔피언전 2차전에서는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3-0으로 꺾어 양 팀이 1승1패가 됐다.

대전=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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