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그는 죽어 음악을 남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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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엔 이를 예감하는 듯한 언행들이 있곤 했다. 존 레넌도 그랬다. 23년 전 오늘, 좀처럼 인터뷰에 응하지 않던 그는 라디오에 나와 "이젠 건강하고 즐겁게 살고 싶다. 아내를 만나지 못했다면 땅에 묻히게 될 때까지 일만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한 발의 총성과 함께 그는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비틀스의 리더였던 존 레넌의 기일을 맞아 음악 전문 채널 m.net의 '팝스 파노라마'(저녁 7시.연출 홍수현)에서 8일 그의 음악 세계를 집중 조명한 추모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여기선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비틀스 시절이나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을 조명하진 않는다. 대신 이제껏 대중의 관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던 그의 솔로 시절 음악적 변신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존 레넌의 세가지 '관계'를 펼쳐 보인다. 우선은 인간 관계.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으나 솔로로 전향한 이후엔 적으로까지 바뀐 폴 매카트니와의 기이한 인연을 그린다. 무엇보다 미술가 오노 요코와의 만남이 얼마나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도 보여준다.

사회와의 관계에선 1990년대 얼터너티브 그룹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과의 비교가 흥미롭다. 코베인이 음악적 순수성을 지키고자 자살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추구한 데 반해 존 레넌은 세상에 대한 증오를 가지면서도 사람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이 프로그램은 설명한다.

마지막으론 그의 음악관을 담았다. 60년대 비틀스 초창기 시절엔 흥겹고 신나는 젊음을 마음껏 발산했으나 6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그는 메시지가 강한 음악을 발표하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솔로로 데뷔한 이후엔 하층계급을 지지하는 노래를 발표하는 등 강한 사회 의식을 표방한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에선 솔로 존 레넌하면 대표적으로 연상되는 'love''imagine' 뿐만 아니라 'working class hero''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 등의 저항적인 노래도 소개된다. 이용지 작가는 "그가 죽은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왜 그의 음악이 아직도 불려지는가를 알리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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