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중국에 물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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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 들어 중국 증시와 국내 증시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중국 경제지표와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면 1~2주 후 국내 증시가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한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buy) 아시아' 핵심에 중국 증시가 자리잡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중국 경제와 증시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국내 증시의 앞날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한국 증시의 거울=올해 국내 경제는 불황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 들어 10월까지 대 중국 수출이 지난해보다 48.6% 늘어난 덕분에 전체 수출도 17.9% 늘었다. 특히 대 중국 수출의 비중은 17.9%로 사상 처음 미국(17.7%)을 넘어섰다.

중국의 영향력은 증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중국 국적의 84개 기업이 상장된 홍콩 H시장이 5월 19일부터 급상승했다. 그러자 국내 종합주가지수도 같은 달 29일부터 외국인의 '사자'가 집중되면서 상승세로 반전했다.

이후 H시장의 상승 또는 하락 추세가 바뀌면 일정 시차를 두고 국내 증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H시장을 포함해 지난 5월부터 제한적으로 외국인 투자가 허용된 상하이 A시장으로 들어가는 외국인 자금이 절대 규모에서는 한국이나 대만에 미치지 못하지만 빠르게 늘고 있다"며 "외국인 매수의 핵심에 중국이 있는 만큼 H시장의 동향에 따라 국내 증시가 뒤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내년 전망=상승하던 H시장은 11월 초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같은 달 24일부터 상승세로 반전한 뒤 지난 1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벌크선 운임지수(BDIY 인덱스)도 중국의 수출입 물량 증가로 9월 초부터 급상승해 10월 말 사상 최고치 기록 이후 잠시 주춤하다 최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원자재 선물지수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李팀장은 "H시장의 주가지수, 벌크선 운임지수, 원자재 선물지수 등이 상승한다는 것은 중국 경제의 단기 전망이 밝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에 따라 국내 종합주가지수도 단기적으로는 하락보다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 1분기 이후 중국 경제의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 과열에 따른 물가 상승 부담,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 외국인 직접투자의 감소 등으로 내년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시에와 교보증권 임송학 리서치센터장 등이 이 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중국 경제가 하강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9월 초 이후 번번이 빗나갔고, H시장 주가지수.벌크선 운임지수 등도 잠시 주춤한 뒤 재상승하는 점 등을 들어 내년에도 중국 경제의 강세가 계속될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골드먼삭스 아시아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김선배, LG투자증권 박윤수 리서치센터장 등은 이 같은 전망에 근거해 내년 국내 증시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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