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그림에 덧칠된 … 숨은 역사 찾아 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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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생생한 역사화에 뭐가 담겨 있을까

이주헌 지음, 다섯수레

108쪽, 1만2000원, 초등 고학년 이상

성경의 세계와 고대 그리스신들의 드라마. 근대사의 현장으로 나눠 그림에서 재미와 교양을 캐낸 그림에세이다. 미술 대중화에 열심인 지은이의 미술지식과 대중적 글쓰기 솜씨는 정평이 났으니 그림 고르는 눈과 아기자기한 설명은 일단 믿음직하다. 여기에 42쪽에 걸쳐 전면에 그림을 시원하게 배치하고 다른 쪽에 관련 그림과 역사지식을 정리한 편집 솜씨가 더해져 어린이들에게만 읽히기 아까울 정도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그림도 눈에 띄는데 장 레옹 제롬이 그린 '스핑크스 앞의 나폴레옹'에선 이집트 정복에 나선 나폴레옹의 기세가 느껴진다.

말을 탄 채 인류 문명의 유산으로 일컬어지는 스핑크스를 응시하는 나폴레옹에게선 한 판 붙을 듯한 분위기가 풍긴다. 지은이는 배경으로 그려진 거뭇거뭇한 그림자가 프랑스 군인들의 것으로, 정복욕에 불타는 지배자들의 헛된 야망을 상징하는 듯하다고 풀이한다. 또 프랑스 화가인 제롬은 나폴레옹 군을 이집트 해방에 나선 영웅인 양 묘사하지만 그들 역시 이집트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압제자일 뿐이었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요정이 불을 밝히는 모티브를 담아낸 라울 뒤피의 '전기의 요정' 그림은 환상적이다. 지은이는 그림설명에서 발전기를 발명한 사람을 비롯해 레오나르도 다빈치, 베르누이, 와트, 퀴리 부인, 에디슨, 벨 등 전기와 관련된 역사인물 110명이 함께 자리했다고 귀띔한다. 여기에 기원전 600년 경 그리스 사람들이 보석 호박을 문질러 정전기 발생실험을 했고 미국의 에디슨은 1879년 전구를 발명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887년 처음으로 건천궁에 전등이 켜졌다는 지식을 알뜰하게 전하는 식이니 그림과 역사의 행복한 만남이라 불릴 만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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