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링계의 전설 '역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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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링계의 전설 역도산(力道山). 일본과 북한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그는 우리에게는 '박치기왕' 김일 선생의 스승으로 유명하다.

본명 김신락(金信洛). 1923년 함경남도 출생.

씨름을 하다 39년 일본에 스카우트돼 46년 일본 스모계에 데뷔한다. 25세때인 49년에는 요코즈나·오제키에 이은 3위그룹인 세키와케까지 오르며 유망주로 각광받다 폐디스토마에 걸리는 바람에 은퇴한다.

이후 미국 프로레슬러의 눈에 띄어 혹독한 수련을 거친후 51년 프로레슬링으로 전향한다. 그리고 7년만인 58년 세계선수권자인 루 테즈를 물리치며 세계챔피언에 등극, 이후 사망할때까지 세계프로레슬링계의 최고실력자로 활약한다.

그가 '조선인'이라는 핸디캡을 안고도 일본의 국민영웅으로 칭송받을 수 있었던 것은 태평양전쟁 후인 1950~60년대 초반 거구의 미국 선수들을 쓰러뜨리며 패전후 일본인의 미국 콤플렉스를 후련하게 씻어줬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언론도 그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애써 외면했다.

그는 운동감각 뿐 아니라 프로레슬링의 흥행 가능성을 내다보고 전미레슬링협회(NWA) 프로모터 자격을 따내고, TV생중계를 통해 프로레슬링의 폭발적 인기를 주도하는 등 국제감각과 시대를 읽는 안목도 남달랐다. 게다가 그는 늘 경기 초반엔 상대의 반칙에 당하기만 하다 관중들의 흥분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 특기인 가라테촙으로 상대를 눕히며 쇼맨쉽을 발휘했다.

60년대 절정기를 누리던 그는 그러나 63년 오늘 (12월 8일) 도쿄의 나이트클럽에서 일본인 야쿠자의 칼에 찔려 몇차례 수술을 받는 도중 마취 미스로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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