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무는 정주영씨 신당설/“아직 탐색단계”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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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창당않고 지원인물 20명 당선목표/정계 「정그룹」대부맡을 포석인듯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24일 오전 『참신한 정치인들을 골라 내년 국회의원 총선(3,4월 예정)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정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신당창당추진설은 억측』이라고 부인했으나 오는 총선에서 가능하면 20명안팎의 지지 정치인들을 당선시킨뒤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어 장기적으로는 신당으로 발전시킬 소지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직접 정계에 진출하거나 당수를 맡을 가능성은 부인하고 있어 뜻을 같이하는 정치인들을 육성,정계에 「정주영 그룹」을 만든뒤 그 대부역할을 일단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정·재계 소식통사이에서는 정회장이 최근 계열 비상장사의 개인소유주식 1천2백만주를 종업원 지주제 차원에서 계열사 종업원들에게 양도한 것도 여기서 생기는 1천3백41억원을 정치활동지원에 쓰기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회장은 현재 알려진 바로는 30∼40명선의 국회의원출마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 자금이면 1인당 10억∼30억원 정도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정회장은 인선 기준으로 「민주발전에 기여할 인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일 전경련 주최 재계 송년회에서 기자들에게 『민자당이나 민주당소속 인사는 지원대상이 아니다』고 말한바 있어 무소속 인사들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정회장은 『똑똑한 사람들은 우선 기존정당공천을 원하고 있어 정당공천후인 내년 1월말∼2월초에 인선을 하겠다』고 밝혀 이미 인선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정회장의 한 측근은 『참신한 정치인을 지원할 조직을 만들 생각이나 아직 어떤 모습인지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해 신당창당을 포함한 여러가지 가능성을 탐색하는 단계임을 시사했다.<김일기자>
◎정치권 “인물난·재벌당한계”들어 부정적/민자분당등 돌발적 사태땐 변수 될수도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의 신당추진설이 정계·재계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실제로 정회장의 신당은 어느 정도까지 진척되고 있으며 과연 신당이 이뤄질지,그리고 정회장이 정계에 어떤 식으로 투신할는지 관심이다.
○…정가에 나도는 얘기는 정회장 직속의 5인 실무팀이 「대외비 별동대」로 구성돼 인선·자금조달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미 전직장관,전·현직의원,전직외교관,언론인 등을 놓고 영입대상인물을 추출,접촉하고 있다는 것.
거명되는 대상인물에는 우선 현대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윤성민 전국방장관(현대정공 고문),최광수 전외무장관(현대 경제사회연구원회장)등인데 이들은 신당설과 관련이 없다는게 현대측 해명.
실무팀의 핵심으로 소문난 김종규 전연합통신사장은 『신당문제에 대해 나에게 두차례 자문을 구하길래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답변을 한바 있다』고 펄쩍.
김 전사장은 과거 아산재단 상임고문직을 맡은바 있다.
또 거론되는 고흥문 전국회부의장·이한빈 전부총리도 창당설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정회장의 창당작업은 「기획」을 끝내고 자문과 영입자 탐색을 하는 수준이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반응을 떠보는 애드벌룬성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게 민자당쪽의 대체적 분석.
특히 정회장의 신당구상에 폭발력을 더해줄 것으로 주목되는 김동길 전연대교수의 태평양시대위원회와의 연대모색여부에 대해 김 전교수가 부정적이어서 이 분석을 뒷받침.
정회장의 6남인 정몽준 의원(민자)은 『말씀해오신 「정치에 도움을 주려한다」는 대목은 모양을 갖춰야하고 현실정치풍토도 고려해야하는데 아직 마땅한 방법을 찾은 것은 아니다』고 모색단계로 설명.
정회장은 현실정치지원론에 대해 정의원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주려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얼토당토 않다』고 조심.
민자당의 YS계 K의원도 권유대상자라고 하나 본인은 부인. 정회장이 지원대상인원으로 민자당의원 수십명을 추리고 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박현태 전의원은 『최근에 정회장측과 만난일도 없고 신당에 참여할 계획도 없다』고 강력부인.
민주당의 C모의원과 정치발전연구회소속 몇몇 의원들도 권유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이범준 전의원(민정계)이 신당창당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가 민자당내에 나돌고 있다.
○…정회장이 정계에 나서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분석.
그 하나는 현대를 여러 아들들에게 상속시켜주고 나면 다른 일이 없기 때문에 정치에 투신한다는 것.
또하나는 현재 정계를 주도하는 이른바 두김씨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새로운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는 것. 정회장은 지난여름 재계·학계·전직관료등 수십명을 거느리고 중국을 방문한적이 있었는데 이자리에서 각계인사들로부터 이젠 국가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강한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회장의 신당구상 장래에 대해 정치권에선 대체로 부정적 반응.
민자당의 서울출신 중진의원은 『무엇보다 인물난에 부닥칠 것이며 「현대당」「재벌당」의 평판을 극복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정당구성원이 각당의 공천탈락자가 중심이 된다면 신당 장래성에 결정적요소인 참신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
그러나 내년 1월초 민자당차기대통령후보자의 조기결정 여부를 놓고 노대통령과 김영삼 대표간의 소위 「청와대 담판」결과에 따라 김대표의 탈당등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면 정치판도의 변화속에 정회장의 신당결성구상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며 바로 이점을 정회장쪽에서 주시할것이라는 얘기여서 관심.
최형우 정무1장관은 『정회장이 서울시장에 뜻을 두고있는 것 같으나 신당추진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분석.
그러나 현 정치판의 기본골격이 그대로 유지되는한 정회장의 신당은 「포말정당」「급조정당」의 운명을 맞을지 모른다는 분석이 덧붙여지고 있다.<정순균·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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