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지하씨 만난 손학규 "형님께서 힘을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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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23일 오후 서울 창덕궁 인근에 있는 찻집 ‘싸롱 마고(김지하씨가 운영)’에서 김지하 시인을 만나 얘기를 나눈 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가고 있다.강정현 기자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2일 시인 김지하씨를 만났다. 김씨가 운영하는 창덕궁 부근 '싸롱 마고'라는 찻집에서다.

손 전 지사는 "새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며 중도개혁 세력 결집에 지원을 요청했다. 김씨는 "(탈당이라는) 엄청난 결단에 놀랍고도 고맙다. 내 꿈은 누군가 떳떳한 중도의 길을 가주는 것인데 이 양반이 치고 나왔다"고 화답했다. 이어 "우리 사회엔 재사가 많이 있다"며 "이들에게 '손 아무개에게 가 보라'고 권할 것"이라고 했다. 중도통합과 관련, 그는 "중도통합을 기회주의 비슷한 걸로 보는데 '예스''노'식이 아니라 디지털식으로 융합하는 것을 한 차원 비약하는 것으로 보면 중도는 기회주의가 아니라 차원의 변화"라며 "중도는 비약하고 초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에게 탈당을 권유했나"라고 묻자, 김씨는 "손 전 지사에게 탈당 전 '옛몸 새꽃'이라는 글을 써넣은 매화도를 그려 보냈다"고 했다. 그런 뒤 "한나라당이라는 옛 몸에서 새로운 개혁(새 꽃)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현재 중도 노선을 표방한 '화해상생마당'이란 단체에 참여하고 있다. 시인 신경림씨, 열린우리당 이부영 고문,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 등도 화해상생마당의 멤버다.

손 전 지사는 김씨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계.법조계.학계 등의 명망가를 접촉할 예정이다. 한 참모는 "정치권 바깥에서 분야별로 지지세를 넓혀나가는 활동"이라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손 전 지사는 여섯 살 위인 김씨에게 "(신당 창당이라는 정치 벤처를 시작했는데) 벤처의 성공률은 5%라고 한다. 내 앞에는 벽밖에 없다. 형님께서 힘을 달라"고 말했다. 탈당 이후 정치권 내의 세 확산 시나리오가 아직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그동안 탈당을 옹호했던 범여권도 비판이나 신중 기류로 돌아섰다. 열린우리당 탈당그룹인 천정배(민생정치모임)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10여 년간 주도적 위치에 있었던 손 전 지사는 '제2의 이인제'로 필패 카드"라고 비판했다.

채병건.김성탁 기자 <mfemc@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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