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돈 장사' 작년 사상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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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속에서도 지난해 은행들은 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예금 중 얼마를 대출해 줬느냐를 따지는 예대율은 지난해 83.3%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은행이 지난해 1000원을 예금 받아 833원을 대출해 줬다는 의미다. 은행 대출액도 지난해 말 현재 699조4303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7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렇게 돈을 알뜰하게 굴린 데 힘입어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을 올렸다. 또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더 가파르게 올리면서 예대마진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과 외국 은행 등 일반은행의 월평균 예대율은 83.3%로, 한국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 당국이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억누르면서 은행들도 이에 적극 동참했다고 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실제 대출은 되레 크게 늘어난 것이다. 월별로는 하반기로 갈수록 높아져 지난해 11월(85.4%)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11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앞두고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 영업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예대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은행들이 예금 등 조달을 적게 해서가 아니라 대출이 워낙 활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원화 예금 중 대출 비중(원화 예대율)은 2003년 97.3%이었으나 매년 큰 폭으로 늘어 지난해는 115%(원화 대출금 652조4000억원/원화 예금 567조3000억원)까지 뛴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대출 증가율(17.9%)이 두드러졌지만 주택담보대출(14.4%) 역시 크게 불어났다.

지난해 6월 1.5%포인트 차(예금이자 4.48%, 대출이자 5.98%)였던 예금 은행의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 차이도 올 1월 현재 1.63%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돈을 더 많이 빌려줄수록 은행 수익도 더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이에 힘입어 국민은행이 2조4721억원의 순익을 내는 등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을 올렸다. 일부 은행은 많게는 순익의 절반을 돌려주는 '배당잔치'를 벌여 고객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지난달 "고객에게 번 돈을 고객에게 환원한다"며 각종 수수료를 인하하기도 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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