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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연방자산 접수/대외관계부 기능 인수/고르비 권력기반 완전상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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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스크바 AP·타스=연합】 보리스 옐친 소련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은 19일 대통령령을 통해 크렘린궁·외화 및 연방 중앙은행(고스방크) 등 연방대통령 관할자산 일체를 박탈하는 한편 이날자로 연방대외관계부(구 외무부) 기능을 러시아공화국이 인수했다.
옐친 대통령은 또 러시아공화국 내무부를 구국가보안위(KGB) 기능중 국내정보 부문을 흡수한 내무보안부로 확대시켰다. 이로써 연방정부 조직으로는 국방부와 에너지(산업)부 2개만 남게 됐다고 소련언론들이 보도했다.
21일 카자흐 수도 알마아타에서 개최되는 독립국가공동체 출범 협정 체결직전 취해진 이번 조치로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권력기반을 완전 상실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소련 이즈베스티야지에서 자신이 알마아타 회담에 초청받지 못했음을 시인하고 회담 결과에 따라 퇴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빠르면 금주말 사임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소련 타스·인테르팍스통신은 옐친 대통령이 19일 이탈리아 방문에 앞서 포고령을 발표,크렘린내 연방대통령 및 공화국간 경제위원회 소유 자산 일체와 외화를 러시아공화국정부가 인수한다고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소련 포스트팍툼통신은 옐친 대통령이 별도 포고령을 통해 러시아공화국 내무부가 구KGB기능중 국내정보부문을 전담해온 공화국간 보안국(ISS)을 흡수,내무보안부로 확대된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신설 내무보안부는 빅토르 바란니코프 연방 내무장관이 이끌게 된다.
관측통들은 신설 러시아공화국 내무보안부가 막강한 치안군 및 특수경찰을 관장하게된 점을 상기시키면서 옐친 대통령의 입지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제국주의 부활 우려/공화국끼리 주도권싸움… 「공동체」회담 불투명(해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들이 19일 브뤼셀에서 회담을 갖고 소련 구성공화국들의 분리독립을 빠른 시일내에 승인키로 결정한 것은 연방해체과정의 불안정한 공백을 가능한한 줄여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치적 변화과정이 불안할뿐 아니라 미하일 고르바초프 연방대통령을 누르고 올라서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도 여러 난관에 봉착해 최악의 경우엔 내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정들이 고려된 것이다.
우선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가브릴 포포프 모스크바시장·아르카디 볼스키 민주개혁운동 지도자 등이 러시아공화국만의 경제개혁을 늦추고 있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러한 러시아공화국 지도층의 내분은 다시 소연방 해체과정과 맞물려 사실상 소련이,특히 인구·면적·경제력에서 70%이상을 차지하는 러시아공화국이 무정부상태에 빠졌다는 우려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17일 연방해체에 합의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연방대통령은 벌써 연방대통령사임을 담은 포고령에 서명,21일 정식 사임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옐친 대통령은 19일 포고령을 통해 러시아공화국이 크렘린궁을 포함,소련 대통령이 갖고 있는 모든 건물과 자산을 통제하며 연방 대외관계부와 내무부를 해체,인수한다고 밝히자 각 공화국들은 이른바 러시아제국주의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카자흐등 회교권 5개 공화국이 소 연방해체와 독립국가공동체 창설에 공식참여하기로 돼있는 21일 알마아타회담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소 연방해체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추세에서 자칫 독립국가공동체창설은 뒤로 밀려나고 공화국간의 주도권싸움만이 전면에 등장,극심한 혼란이 올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이미 독립국가공동체 상설에 합의한 우크라이나는 옐친 대통령의 러시아공화국 핵 독점계획에 반발하고 나선 형편이다.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배치 핵무기는 러시아공화국으로 넘겨줄 수 없으며 폐기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공화국 대통령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러시아공화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한 카자흐공화국도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옐친 대통령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내정치의 부담을 뒤로 한채 19일 이탈리아를 방문,12억5천만달러의 차관 「구걸」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유류부족에 의한 공항폐쇄,1천%가 넘는 인플레,모스크바 등 러시아공화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식량폭동 등 경제난 해결이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르바초프 연방대통령이 19일 저녁 TV에 등장,시인했듯이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은 이제 소련의 실권자로 등장했다.
소 연방해제과정의 모든 불안요인은 옐친 대통령이 넘어야할 난관중 하나다.
세계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지도력발휘에 불안하게 주시하는 이유는 자칫 그의 정치적 선택이 고르바초프와 에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대외관계부장관이 수차 경고했던대로 소련뿐 아니라 전세계의 재앙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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