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전문가들이 꼽은 올 창업 키워드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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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실제로 한국의 자영업 환경은 '레드오션'이다.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나 쉽게 들어왔다가 나가고 또다시 창업하는 '자영업 홍수시대'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국내에서 88만 명이 새로 창업하고 79만 명이 폐업했다. 전형적인 다산다사(多産多死)형 창업 구조다. 게다가 자영업자들은 너무 많다. 한국의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2005년 기준으로 27%다. 이는 세계에서 멕시코(31.4%)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자영업자 비율(13.7%)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보니 경쟁이 심하고, 이것이 사업자의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

창업 환경은 이처럼 나쁘지만 그렇다고 팔짱 끼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찾아보면 틈새시장은 있다. 중기중앙회는 위에 언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007년 블루오션 창업 5대 트렌드'를 최근 발표했다. 괜찮은 창업 아이템으로 뽑힌 업종은 ▶모던.퓨전상품(서비스) 관련업(34.8%) ▶웰빙.건강.환경개선 관련업(28.5%) ▶유아.교육.실버 관련업(11.4%) ▶저가 상품.가격파괴 관련업(7.5%) ▶펀(Fun).조이(Joy) 관련업(6.1%) 등이었다.

◆ '블루오션 창업' 이렇게=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창업 전문가가 모던.퓨전 관련 아이템을 추천했다. 모던은 '모던 레트로(Modern Retro)'의 의미로 기존 전통산업을 현대화해 분위기와 운치를 살리는 것을 뜻한다. 최근 유행하는 실내 퓨전 포장마차, 퓨전 전통주 전문점, 곱창.막창 전문점 등이 대표적이다. '퓨전'은 기존의 다양한 상품 또는 서비스를 융합해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만드는 것이다. 샌드위치.피자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나 베이커리 카페 등이 그 예다. 창업 컨설턴트 안병익 ㈜다인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모던.퓨전 아이템은 성공 확률이 높지만 사양화하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유행 시기와 라이프 사이클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며 "뒤늦게 뛰어들어 '상투'를 잡을 위험성도 크다"고 조언했다. 이번 조사에서 창업 전문가의 47.8%가 최근 유행 업종의 라이프 사이클이 '6개월~1년'에 불과하다고 답변했다.

웰빙.건강.환경개선 관련 사업도 전문가에게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기농 제품 전문점, 과일 배달 및 아침식사 배달점, 실내환경 개선업, 자동차 내부 청소업 등이 그런 사업이다. <표 참조>

유아.교육.실버 산업도 잠재력이 큰 업종으로 꼽혔다. 특히 영어.온라인.중국어.논술 교육시장 등이 유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보건대 신금순 교수는 "자녀가 귀해지면서 가정마다 '황제교육'이 일반화됐고, 늘어나는 노인들로 인해 노인의 생활 보조용품이 가정 필수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속형 소비가 늘면서 저가 상품과 가격파괴 업종이 계속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됐다. 또 주 5일 근무제 등으로 '펀.조이' 시장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펀.조이' 시장은 여가 활용과 자기 계발.레저.엔터테인먼트 등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창업 대상이다.

◆ 틈새 전략 없으면 실패=이번 전문가 조사에서 가장 실패할 가능성이 큰 창업 아이템 1순위로 기존 사업을 답습하는 '일반 서비스 및 요식업'(58.8%)이 꼽혔다. '특징 없는 창업'은 성공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또 최근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현 시점에서 무리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내실 있는 '실속형 창업'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자기 돈 없이 지나치게 외부 자본에 의존해 창업하면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반짝 유행과 트렌드를 구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렌드는 마치 바람이 부는 방향 같아서 순풍을 타야 순항할 수 있듯이 트렌드를 감안해야 장기적인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잠시 떴다가 1~2년 만에 사라지는 '반짝 유행 업종'들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유행 업종이든 아니든 장인정신과 고객에 대한 철학을 기반으로 경영하지 않으면 아무리 업종이 유망해도 성공할 수 없다"며 "보다 장기적인 마인드로 사업에 자신의 철학을 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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