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기술 연구현장을 찾아서(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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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전자통신연구소(대덕연구단지) 제3연구동 416호실은 인간과 기계가 교감하는 첨단의 현장이자 20∼30대의 젊은 전자·전산공학도들이 남모르게 집념을 쏟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름하여 신호처리연구실, 신호처리란 정보통신에서의 각종 신호(음성·영상·문자등)를 통신용도에 맞게 처리하는 기술로 이 방에서는 음성쪽만을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용주실장(38·고려대졸)을 비롯, 한민수(36·미플로리다대졸)·강성훈(36·일 고베대졸)·정유현(36·광운대졸)씨등 4명의 박사급 연구원과 석사급 14명, 금년봄대학을 졸업한 2명, 이밖에 음성품질을 담당하는 심리학과 출신의 위촉연구원 1명등 21명이 이 방의 식구들이다.
신호처리 연구실이 현재하고 있는 일은 ①텍스트-음성 변환기술개발(과제 책임자 이용주)②자동통역전화를 위한 기술개발(이용주) ③음성통신계의 전송기준연구(강성훈) ④보급형 음성데이타베이스 구축(정유현) ⑤음성분석 패키지 개발(한민수)등 다섯가지 .
①번 과제는 간단히 말해 글자를 읽어주는 「컴퓨터 아나운서」를 구현하는 연구.
기존의 녹음 또는 편집방식에 의한 음성합성방식보다 한차원 높은 방식으로 「어서오십시오」라고 글자를 키보드로 입력하면 컴퓨터가 규칙에 따라 분석·합성한 후 기계목소리로 읽어주게 되는 것이다.
현재 신문·잡지등의 교정을 볼때 교정보는 사람과 원고를 읽어주는 사람등 두사람이 필요하나 기계목소리(컴퓨터)가 읽어주면 혼자서도 교정을 볼 수 있으며 맹인이 자신의 컴퓨터 처리 결과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된다.
연구팀은 이미 한국어 규칙합성 시범시스팀(글소리)을 개발, 토정비결·식당메뉴·자동차소유자 안내에 대한 시범서비스에 이용하고 있다. 자동차번호만 입력하면 컴퓨터가 『○○○○번 쏘나타는 ○○실에 근무하는 ○○○씨의 소유입니다』고 말로 알려준다.
연구팀은 내년말까지는 기계언어에 의해 전화로 뉴스를 들을 수 있는 시범시스팀도 개발할 계획.
자동·통역전화는 금년부터 2005년까지 15년간 계속되는 국내 최장기 과제. 소요연구비만도 1천억원에 이른다.
외국인과 우리말로 통화할 수 있다는 것은 꿈같은 얘기가 아닐수 없다.
이실장은 우선 98년까지는 음성인식·음성합성·기계번역등 요소기술을 개발하고 후반기에는 한일통역전화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5년까지 통역전화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미·일·영등 많은 선진국가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만큼 낙오자가 되지않기 위해서는 우리도 도전해야 합니다. 우리의 국제적 위치를 격상시키는 일이며 이는 또한 우리말 통역전화는 결국 한국인이 개발해야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신호처리연구실의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가장 창의적이고 미래의 생활을 혁신시킬 일에 종사하고 있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요일이면 절반가량이 연구실로 출근한다는 것이다.
『연구의 볼륨은 자꾸 늘어나는데 타의에 의해 예산이나 인원이 동결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것이 연구원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대덕=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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