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호주 총리, 일본 이어 아프간 방문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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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하워드(68.사진) 호주 총리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철저한 실리주의에 입각해 안으로는 국가 경제를 챙기고, 밖으로는 강대국들과 맺은 동맹을 통해 국가 안보를 든든히 하는 '하워드 스타일' 정치의 단면이다.

11~13일 일본을 방문, 양국 간 '안전보장협력에 관한 공동선언'에 서명했던 그는 이번에는 발길을 돌려 15일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했다. 탈레반과 맞서 싸우고 있는 호주군 병사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서다. 호주는 미국의 요청으로 아프간에 병력을 파병한 국가다. 이번 방문에서 그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그는 공군 특수부대와 항공 방공 요원 등 450여 명 규모의 호주군 병력 아프간 추가 파병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하워드 총리는 이날 앵거스 휴스턴 호주군 참모총장과 함께 호주군이 활약하고 있는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장병들을 격려했다. 공병대 등 550명 규모의 호주군 병력은 지난해 9월부터 타린 코우트 지역에서 병원.학교.이슬람사원.우물 등 기본적인 서비스 시설들을 건설하고 있다. 110여 명의 보병은 탈레반의 공세 때문에 이 지역에 추가로 파견됐다. 하워드 총리는 이어 카르자이 대통령과 회담에서 "호주는 탈레반 등 테러리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그는 일본 방문에서 안보협력 공동선언을 채택, 일본과의 관계를 준동맹국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일본과 함께 새로운 3각 체제의 한 축으로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서명한 공동선언에서 호주는 일본 자위대와 공동 훈련을 실시하고 양국의 외무.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안전보장협의위원회도 창설할 계획을 명시했다. 이에 대해 미.일.호주가 연대를 강화해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 세 나라는 4월 초 태평양에서 첫 공동 군사훈련을 할 예정이다.

하워드 총리는 또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적극적이다. 이라크 전쟁뿐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 전반에 걸쳐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하워드 총리는 부시 집권 이후 지난 7년 동안 물샐 틈 없는 공조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런 가운데 그는 지난달 이라크군의 훈련을 위해 50~70명 규모의 병력을 파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호주는 이미 이라크에 전투부대 1400명과 함께 이라크군 훈련 교관 약 30명을 파견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 가운데 최근 비전투 인력이나마 이라크 증파 의사를 나타낸 것은 호주가 처음이었다.

◆존 하워드 총리=하워드 총리는 올해로 집권 11년째를 맞는다. 1939~41년, 49~66년 두 차례에 걸쳐 총 18년6개월간 집권한 로버트 멘지스 전 총리에 이어 호주 정치 역사상 두 번째 장기집권한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호주 경제를 안정적 성장궤도에 진입시킨 공로 덕분에 국민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취임 때 "경제를 되살려 호주의 국제적 위상을 올려놓겠다"고 약속한 뒤 집권 초 8%를 웃돌던 실업률을 5.1%까지 떨어뜨렸다.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강대국들과의 동맹으로 국가안보를 챙기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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