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최저가 경매 3社 기소…검찰 사행행위 적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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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급 승용차.대형 TV 등 고가품을 인터넷으로 경매하면서 혼자 낮은 가격을 써낸 사람에게 물건이 돌아가는 '최저 유일 가격 경매'를 해온 업체들이 사행행위 혐의로 기소돼 법정 공방이 예고된다.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는 4일 이런 사이트를 개설해 수십억원의 이익을 얻은 혐의(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위반)로 코리아텐더.로윈닷컴.열인명 등 인터넷 경매업체 3개사의 대표.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사행행위 규제법상 '현상업(懸賞業)'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상업이란 참가비를 거둬 특정 문제를 맞히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영업 방식이다.

업체들은 "참가자들이 규정을 알고 참여했고 낙찰된 물건을 모두 발송한 만큼 정당한 영업 행위다. 검찰이 무리한 법 적용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말 유모(41)씨 등 업체 대표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현상업을 두고 법률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들 업체는 수천만원대 고급 승용차를 상품으로 내걸고, 일정한 범위의 응모가격(최고 상품가격의 10% 이내) 중 최저가를 혼자 적어낸 사람에게 승용차를 인도했다.

코리아텐더의 경우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37회에 걸쳐 16만여명에게서 참가비 1백16억원을 거둬 66억원 상당의 상품을 1천8백여명에게 지급해 나머지 50억원을 순수익으로 벌어들였다.

로윈닷컴도 같은 방법으로 21만여명의 응모자에게서 15억2천만원, 열인명 역시 9만8천여명에게서 13억3천만원의 이익을 얻었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낮은 가격에 입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혼자만 해당 가격을 써내야 당첨이 되는 만큼 이는 경매가 아닌 도박성이 있는 사행행위"라고 밝혔다.

검찰은 3개 업체말고도 비슷한 행위를 하는 20여개 업체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경매 중독 부작용="고가품을 싼값으로 낙찰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20, 30대 젊은층에서 이런 경매 방식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검찰은 이들 사이트를 수사하면서 응모를 많이 한 젊은층 30여명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했다. 이들 중 한 남자 대학생은 경매에 참가해 5천만원을 날렸다.

이 학생은 검찰에서 "정신이 황폐해졌다. 이런 사이트를 알기 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 참고인 중 다른 세명은 신용카드로 참가비를 내느라 신용 불량자가 됐다.

이 밖에 검찰은 인터넷 사이트의 컴퓨터 서버를 해킹, 고객들의 응모 정보를 빼내 당첨 가능성이 큰 가격에 집중 응모해 5천여만원어치의 상품을 타간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위반)로 文모(32)씨를 구속 기소하고 고교생 韓모(18)군 등 3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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