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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성폭력 경각심 일깨운다|성폭력 상담소, 예방·대처방안제시 연극공연 눈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성폭력상담소 연극 팀은 23일 오후 계몽문화센터(서울 역삼동)에서 어린이 성폭력 예방극 『이렇게 가르치세요』를 공연, 부모가 아이에게 성폭력의 위험에 대해 알려주고, 성폭력을 당했을 경우 부모의 대처방법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첫째, 수영복 입은 인형을 아이에게 보여주면서 수영복안의 네 몸은 중요한 부분이므로 절대 다른 사람이 만지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둘째, 원하지 않는 이상하거나 불편한 접촉은 『싫어요』라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도록 가르치고 셋째, 가해자가 『우리끼리 비밀이다』라고 말할지 모르니까 그때 『안돼요, 전 비밀로 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어린이 성폭행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이에 대한 가정에서의 대처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 이날의 「어린이 성폭행 추방」 한마당.
성폭력 방지 특별법 제정추진위원회가 81년부터 라틴아메리카와 구미 각 국에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로 기념해 오고 있는 11월25일을 올해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성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날로 정함에 따라 한국 성폭력상담소(대표 최영애·40)가 이날을 기념해 마련한 행사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장필화교수(40·이대대학원 여성학과)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상담실적을 인용, 어린이성폭행 실태와 원인분석을 통해 『형사 미성년자인 만14세 미만 어린이에게 행해지는 어린이 성폭행은 76%가 어린아이가 평소 자신을 보호해주거나 친밀하다고 믿고있던 근친을 포함, 대부분 잘 아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며 『가진 쪽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는 힘의 논리가 팽배한 사회문화 구조적 변화의 노력 없이 단순한 조심이나 주의만으로는 예방과 근절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어린이 성폭행 대처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에 나선 장영복교수(40·한양대 사회학)는 『내 아이가 다치지 않으면 내 일이 아니라는 식의 문체의식이 결여된 사회풍토가 문제』라며 자신이 상담했던 한 피해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즉 30대 여성인 이 피해자는 수십 년 간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은 어릴 적 자신의 성폭행 피해를 고백하면서 자신의 얘기를 들어준 것만도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더라는 것이다.
장교수는 참석한 어머니들에게 『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해 행동이 이상할 경우 어린이를 안심시켜 침착하게 해결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부모가 먼저 충격을 받아 아이에게 다시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박금자씨(40)는 『어린이가 성폭행을 당하면 제일 먼저 달려오는 곳이 산부인과』라며 『물리적 조처가 끝난 뒤 어린이의 정신적 상처 치유는 부모들이 등한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씨에 따르면 어린이 성폭행의 후유증은 사건직후 금방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성이 무엇인지를 알게되고, 자신이 어린 시절 당한 행위가 무엇인지 알게되는 사춘기 이후에 두드러지기 때문에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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