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마음 꾸밈없이 내비치는 역할 편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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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탤런트 임예진씨(31)는 요즘 놀러다니는 기분으로 TV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
임씨는 KBS-1TV의 일일연속극 『옛날의 금잔디』에서 외동딸로 나온다. 외어야 할 대사분량도 많아 방송국에 나가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하면 피곤 할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출연진의 가족같은 분위기가 좋아요. 드라마의 흐름과 맡은 역할도 만족스럽고요.』 임씨의 극중 배역은 고부간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실제 나이에 어울리는 역할이어서 임씨는 좀 신이 나 있다.
반면 주변의 엇갈린 시각때문에 때로 입장이 난처할 때도 있단다.
『나이든 층에게는 밉살맞게 보이는 모양이에요. 어른에게 너무 바른 소리만 하고 제 입장을 쏠쏠히 챙기니 말입니다. 물론 제 또래 세대로부터는 격려를 받지요. 대변인격으로는 모자람이 없을테니까요.』 임씨는 나이를 먹어가며 연기가 무르익어 간다는 인상을 준다. 감으로 치면 붉은 기운이 돌 때다.
여고시절 청소년 스타로 각광받던 그녀가 도중에 짜부러진(?) 여타 연기자들과는 달리 변신에 성공했기 때문이리라.
나이 들어 연기가 원숙해졌다는 주변의 평은 일상생활의 때를 벗고 산뜻한 맛을 주는 현재의 연기와 무관치 않다.
『극적인 연기는 못할 것 같아요. 내면에 많이 감춰놓고 조금씩 내비치는 연기방식이 아니기 때문이죠. 꾸밈없이 보여주는 모습이 도리어 편안해요. 뒤집어 말하면 단조로운 연기라는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임씨는 덜렁거리고 허점투성이인 드라마 속의 남편 정한용씨를 챙겨주느라 바쁘다. 실제생활도 그런식이냐는 물음에 임씨는 『동감내기인 남편은 정반대인데다 서로 다투는 일없이 편안히 지낸다』며 계면쩍은 표정을 짓는다.
드라마와는 달리 성격이 다소 무르고 야무지지 못하다고 스스로를 평하는 임씨.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88년 결혼한 뒤 잊을만하면 짬짬이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의 욕심은 이렇다. 『너무 크거나 작은 배역말고 나이에 따른 무난한 역할이 주어졌으면 해요.』<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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