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자를 붙여 불렀으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땅덩이 크기에 비교한 보유차량대수로만 보면 누가 뭐래도 이제 우리나라는 자동차 선진국이다. 자동차가 국민생활의 필수품이 되다보니 교통문제가 사회일반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방송국마다 교통문제 전담프로들이 점차 그 비중을 높여가고 있을 뿐 아니라 종일 교통상황만을 중계하는 교통방송국까지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교통방송을 포함, 각 방송국의 교통프로들은 예외없이 시내외 도처에 주요상황기점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근무하는 교통경찰관들과의 공개교신을 통해 현장감 넘치는 교통정보를 운전중인 청취자들에게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방식을 통한 현장속보는 운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데 매번 들을 때마다 한가지 귀에 거슬리는 것은 방송진행자들의 교통경찰관들에 대한 호명관행이다.
『그러면 현재 고속도로상황은 어떤지 톨게이트에 나가 있는 교통경찰관을 물러보겠습니다. 자, 000경장』하는 식이다. 말할 것도 없이 방송진행자는 경찰관의 신분이 아니다. 경찰관의 신분이 아니므로 그는 「000경장」의 상관일 수도 없다. 또 진행자가 어떤 교통경찰관을 청취자에게 3인칭 격으로 간접소개하는 호칭의 국면 또한 아닌 것이다. 호칭과 호명은 다르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인격적인 직접 호명은 『000경장님』, 또는 『000순경님』이 되어야 옳지 않을까.
국민의 이름으로 국가 공무원에게 부여한 계급의 존엄성은 순경의 것이나, 경장의 것이나, 총경의 것이나 똑같이 보호되고 존중되어야 옳을 것이다.
같은 경찰관이라도 어느 계급 이상은 「님」자를 들여 부르고, 어느 계급 이하는 「님」자를 붙이지 않고 있는데 그것은 방송진행자들이 고쳐야할 잘못이다. 어느 특정직위를 3인칭 격으로 간접호칭할 때를 제외한 직접호명일 경우에는 교통경찰관에게도 항상 「님」자를 붙여 불러주었으면 싶다.
평소 방송중의 전화인터뷰등을 통해 『이 분야의 권위자 000교수님』,『이 정책의 주관업무부서 000국장님』하고 부르던 진행자가 유독 교통경찰관에게만 『000경장』하고 마구 불러댄다. 국민이 공복에게 부여한 계급을 국민이 존중해주어야 옳지 않을까. 인간평등은 차치하고 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