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 흔들리는 미 월가/「블랙먼데이」 상황 되살아날까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상 급등뒤 이식매물등 쏟아져/“미 경제 회복기미 없다” 시각 팽배
세계의 금융중심지 월스트리트에 「블랙 먼데이」(암흑의 월요일)의 망령부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에 이어 19일 하룻동안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주가지수가 77포인트 폭락하면서 지난 87년 10월 다우존스 지수가 5백8포인트나 붕락했던 「블랙 먼데이」의 재판이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가폭락의 단기요인으로는 ▲이상급등한 생물공학관련 주식의 이식매물 ▲주요 생명보험회사들의 부동산대출금 부실화 소식 ▲신용카드 이자율인하 움직임이 지적되고 있다.
생물공학 관련주는 야구선수인 매직 존슨의 에이즈감염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 2주동안 급등했었다.
에이즈 연구에 대한 자금지원이 더 기대되면서 생명공학 관련주는 두자리 혹은 세자리 숫자의 상승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 주가가 너무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이식매물이 일시에 쏟아졌다.
또다른 요인은 애트나생명보험등 주요 보험회사들의 회수할 수 없는 부동산 대출금이 수십억달러에 달한다는 보도가 이들 보험회사들의 주식을 끌어내렸다.
애트나 생명의 문제의 보농산 대출금이 13억달러가 될 것이란 보도가 있은 직후 영국 런던 주식시장에선 그 액수가 보도된 액수보다 더 크고 애트나외 다른 보험회사들의 문제된 부동산 대출금 역시 더욱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위축된 부동산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없다는 전망과 함께 증시를 자극했다.
이외에 의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신용카드이자율 인하 움직임도 작용하고 있다.
의회는 18%를 넘고 있는 신용카드이자율을 내리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의 수익을 저하시키고 은행들의 신용카드 발급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어 소비가 더 위축되고 그 결과 경기회복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단기요인은 일시적 현상만을 설명하는 것이고 주가폭락의 저변에는 회복될 기미가 없는 미국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레흐먼 브러더스사 피터 그랜넌 수석부사장은 이번 주가폭락이 『투자자들과 증시가 정부의 경제회복정책에 초조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자율 하락이 경기를 회복시킬 것이란 가정아래 수개월동안 뉴욕증시가 참을성을 보여왔으나 투자자들이 이제 이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강력히 거론되고 있는 마리오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이번 주가폭락이 악화되고 있는 미국 경제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랜넌 부사장은 경기회복의 부진이 기업들의 이익과 고용에 적신호를 예고하는 것으로 투자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경제는 3·4분기에 2.4% 성장했다는 정부발표에도 불구,최근 ▲내구재 주문감소 ▲실업보험혜택 신청의 증가 ▲소매감소 ▲기업들의 이익감소 등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또다시 불황국면을 맞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뉴욕=박준영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