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돈없어 세금 못낸다”/정주영회장 추징세 불복선언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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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조치 불만 정면대결 태세/대기업서 사상처음 납세거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8일 기자회견을 자청,국세청의 세금추징에 대한 불복 및 법정투쟁의 입장을 밝힌 것은 정부와의 정면대결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회장이 국세청의 세무조사 이후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그룹은 국세청의 추징세액이 확정되기 이전까지는 세금을 일단 납부한후 법정투쟁을 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했었으나 1천3백61억원의 추징세액이 당초 예상했던 8백억∼9백억원을 훨씬 넘어서자 세금을 내지않기로 방침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예회장은 특히 이날 『지난 2년간 법인세·증여세 등의 집중세무조사 및 정밀조사를 당했다』고 말해 국세청이 지난 5월부터 세무조사를 벌였다고 밝힌점과 크게 달라 주목된다.
한편 현대그룹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채 법정소송을 벌이기로 함에 따라 현대건설‥현대중공업 등의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법인세 등의 납부기한인 이달말일까지 세금을 내지않을 경우 5%의 체납가산금이 붙고 매달 2%씩 최고 25%까지 가산금을 물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해당계열사는 각종 관급공사에 입찰을 할 수 없게 되며,납세필증이 있어야만 되는 법인관련 인허가업무도 모두 중단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특히 개인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정명예회장의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국세청측은 『재산압류등 모든 강경조치를 불사하겠다』는 반응을 밝히고 있어 현대에 대한 과세문제는 현대그룹과 정부의 맞대결로 치달을 조짐이다.
이로써 대기업이 세금을 내지않고 국세청의 추징세액에 불복,소송을 제기하기는 현대가 처음이 될 전망이다.
현재 국세심판소에 계류중인 한진그룹의 변칙증여 과세시비도 한진그룹이 일단 세금을 납부한 뒤 국세청 이의신청·심사청구 및 국세심판소심판청구 절차를 밟고있다.
반면 현대측은 이번에 세금납부 없이 곧바로 법정투쟁으로 가겠다고 밝혔는데,정명예회장은 이날 『공개할 계열사도 있으나 당국의 제재로 공개와 기채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돈이 없어 세금을 납부할 수 없다』고 말해 당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다음은 정주영 회장이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이다.
­현대가 국세청의 과세조치에 대해 법적투쟁을 벌이겠다는데 세금을 낸뒤에 할 것인가.
▲기업공개나 회사채발행 등이 막혀있는 상태에서 세금납부할 돈을 마련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법적 절차는 어떻게 밟겠는가.
▲법절차에 따르겠다. 우선 국세심판소에 심판청구를 내고 여기서 안 받아들여질 경우 법원에 가겠다.
­추징세금의 일부는 납부하는가.
▲형편에 따라 납부할 돈이 있으면 일부라도 내겠지만 현상태로서는 낼 돈이 없다.
­이번 세무조사가 정치적 보복설이라는 항간의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모른다. 정치적 보복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왜 현대에만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했다고 생각하나.
▲모른다.
­개인에 대한 증여세는 낼 것인가.
▲돈이 없어 못낸다.
­이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법규정에 따라 불이익이 있다면 받겠다. 그러나 더이상의 새로운 압력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압력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어떤 압력이 있었다는 얘긴가.
▲모른다. 정부가 알 것이다.
­이번 현대사태에서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가.
▲없다. 현대는 지금까지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면서 기업활동을 해왔다.<이연홍·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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